가끔은 낯설은 것들도 부딪혀 봐야 하는 게 인생의 맛
친언니처럼 따르는 언니가 한 명 있다.
언니가 동 회의가 끝나고 카페를 갔는데, 생아보카도 커피 Ice란 걸 마셨단다. 너무 맛있었다고, 맛이 괜찮더라 해서 마셔 봤다.
나는 새로운 요리와 음료에 그렇게 크게 거부감을 가지는 성격이 아니다.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거 아닌 이상은, 호기심이 있는 편이라 그런지 일단 먹어 본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다양한 요리를 먹어 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넘 자극적인 것만 빼고는.
그런데 이 생아보카도 커피 Ice가 내겐 너무 낯설었다. 내 입맛엔 영 아니었다.
평소 아보카도가 얹혀진 에그드랍의 아보홀릭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보카도가 얹허진 샐러드도 잘 먹는 편이다. 그런데 이 생아보카도 커피 Ice는 너무 부드럽다 못해 밍밍하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내 취향엔 아니었다.
아침에 아들 등교 시키고 동네를 걸으며 시간을 좀 때우다가 4대 보험 되는 알바직 첫 출근을 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걸리는 거리다.
6시간 동안 1초도 쉴 틈 없이, 밥 먹을 틉도 없이 쓰러질 뻔 했던 김밥집 일보다 훨씬 나았다. 할만 했다. 시간도 빨리 갔다. 여섯 시간이 후딱 가 버렸다.
말이 여섯 시간이지 한 시간은 점심 시간이라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다섯 시간이다.
정신 없이 일 하다 보니 점심 시간이고, 칼 같이 내주는 한 시간의 점심 시간 동안 부지런히 걸어서 집에 들릴 수도 있다. 일하는 곳과 집이 가까운 장점이 바로 이거다.
왔다갔다 걷는 시간을 제외하면, 편안한 거주지에서 단 30분에서 40분이라도 밥도 먹고 쉬다 갈 수도 있다.
오전 알바가 끝나면 바로 아들을 픽업하러 부지런히 또 걷는다. 하루에 만보는 꼭 걷는다.
집에 와 좀 쉬다가 또 알바를 간다. 서너 시간 밖에 안되는 저녁 알바라 크게 힘들지는 않다. 되게 고된 노동이 있는 알바도 아니어서 할만 하다.
가끔 어지러워서 휘청거리긴 한다. 그럴땐 얼른 무릎을 구부리고 주저 앉아야 한다. 안그러면 어지러워서 휘청거리는 나를 들켜 버린다. 잠시 주저 앉아서 정신을 가다듬고 어지러움이 사라질 때까지 정신줄 꽉 붙들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여태 내가 살아 왔던 삶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극한 빠듯함을 견뎌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절대 배고픔만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직방에 내 놓은 내 명의 빌라를 보고 예전보다는 연락이 꽤 온다. 집 보러 온다고도 한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도 있다.
지인들 충고로 세입자에게 내가 지금 이걸 빨리 팔지 않으면 안되는 사정을 결국 상세히 털어놨다. 계약 기간을 못 채우는건 죄송하지만, 새 집주인과 협의를 해 주길 바래서다. 집을 보러 온다는 분이 이사비용 200에서 300을 줄 테니 협의를 얘기해 달라고 했단다.
세입자는 협의를 못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자기네들도 요즘 힘든 사정들이 있단다. 결국 또 다시 기회를 놓치고 주말을 보내 버렸다.
참 낯선 시대다. 돈 많이 벌고, 잘 되고, 성공을 꿈꾸는 기회의 시대는 이제 아예 없는 듯 느껴질 정도로 낯선 시대다. 빈부 격차도 너무 커져서 그 경계의 선도 낯설다.
내년은 최고의 번아웃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라고 전문가들도 말한단다.
버티고 버텨서 사느냐, 죽느냐, 진짜 그 두 가지 밖에 없는 시대다.
살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란 생각이 들때가 있다.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부모님 덕에 고생 없이는 자랐다. 고생없이 여유 있게 성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들과 딸 편애가 심한 엄마에게서 상처를 꽤 받고 자란거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들도 자기 능력 키워서 당당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걸 동경했다. 나 스스로 멋진 사회적 여자로 성장하고픈 욕구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보면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가 생각난다 하시고, 친구들은 나를 보면 드라마 '아들과 딸'이 생각났다 했다.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나의 통쾌한 복수는 커리어를 쌓아 당당해지는 거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참 인생 정말 혼자서 눈물 흘리며 노력해도 안되는 게 더 많다. 특히 기회의 편애가 심한 대한민국에서 이민도 가고 싶어 했다.
정말 싫어하는 거 빼곤 매사 열심히고, 미련하도록 열정적이고 한 번 시작함 끝을 봐야하는 내 성격에 차라리 기회의 땅 미국에 갔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아들 유치원 입학 전에 이민 가려고 미국 이모에게,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도 봤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낯설다. 생아보카도 커피 Ice처럼 그저 삶 자체가 이게 맞나 싶게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