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달콤한 향,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부드럽고 달콤한 헤이즐넛 아메리카노가 내 삶의 가득하길 바랄 때가 있다.

by OH 작가


진한 블랙으로 보이는, 아메리카노와 구별 안될 듯 구별 되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일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에 그냥 헤이즐넛 시럽을 섞어서 팔거나 헤이즐넛 향만 첨가해 내주기도 한다. 육안으로 보기에 아메리카노와 별 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햇빛이 비춰드는 자리에 두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냥 아메리카노랑 살짝 색상이 달라는 보인다. 티 안 나는 아주 은은하게 진한 보랏빛이 도는 듯 하다.


진짜 헤이즐넛 원두로 내려주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는 커피를 받자마자 헤이즐넛 향이 향긋하고 강하게 맡아진다. 맛을 보는 순간, 헤이즐넛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아메리카노 보다는 덜 부담스럽게 입 안으로 스며든다.



나는 가끔 몸이 안 좋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고소하고 진한 아메리카노 보다는 부드러운 달콤함이 있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시럽이나 향만 첨가한 커피가 아닌 진짜 헤이즐넛 원두로 내린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어제 오후에 내 명의로 된 빌라를 보러 온다는 연락이 왔다. 옆집 사람들과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도 안한다는 세입자 분은 부동산 핸드폰 번호가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부동산에서 세입자가 전화를 받지를 않는다고, 문자를 남기긴 했는데 얘기를 좀 해 달라고 해서 톡을 보냈다가 알았다.

그 집을 꼭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을 내놨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모르는 번호라고 전화를 안 받으신단다.


부동산에서 세입자 분이 집은 잘 보여주냐고 묻길래, 집 내놨다고 말씀 드렸고 알았다고도 하셔서 그럴거라고 했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 등교 시키며 집으로 걸어오다가 오랜만에 옆집에 계시던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들었다.

이웃들과 인사도 전혀 안하고, 직장 다니는지 낮에는 집에도 없고, 전혀 사람들과 교류 자체를 안한다고 들었다. 40대 후반인 나보다 나이가 좀 더 들으셨고, 전세 계약할 때는 전혀 그런 분들로 안 봤었다. 그런데 완전한 개인주의를 추구하시는 분들이었나 보다.


거주하고 있는 집을 보여줘야 하는 찝찝함과 불편함이 있겠지만, 나는 그 집이 빨리 팔렸음 하는 상황이라 세입자 분들의 소통의 벽이 조금 걱정되긴 했다.


집을 잘 봤는지, 집을 본 사람들 반응은 어땠는지 연락 한 통이 없다. 몸도 좋지 않았다.


나는 코가 목으로 넘어가는 이물질감에 비염으로 인한 증상인 줄만 알고 아들과 단골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경제 상황상 진료까지는 부담스러워 처방전만 부탁드렸다. 아들도 비염 증상 때문에 또 코를 훌쩍여서 함께 약윽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약을 먹고 주말 내내 몸살 기운으로 멍했다. 정신과 온 몸이 멍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보니 8시였다. 분명히 7시에 자명종을 맞춰놓고 잤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자명종이 맞추어져 있는게 맞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잠결에라도 자명종을 끄고 다시 잠든 기억이 없다.


몸이 안 좋아 너무 피곤했나 보다. 지치면 안되는데, 몸이 지쳐 있어서 자명종을 무의식적으로 꺼 버린 기억조차 나지를 않나 보다.





(헤이즐넛 원두)




헤이즐넛 향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나의 코 속으로 스며든다. 입 안으로 들어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그 느낌이 이럴 때는 참 좋다.


육안으로는 그 차이를 잘 모르겠는 오리지널 아메리카노와 헤이즐넛 아메리카노처럼 우리의 삶도 육안으로는 다 알 수 없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아무 문제없이 평안하게 잘 살아가는 건가, 나만 이런가 싶듯이.


우리가 두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두 눈으로 들여다 봐지는 것보다 많다. 향을 맡아 보고, 마셔 보고, 그 느낌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구별 안 되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인간의 삶이다. 내가 겪어 보지 않고는 그 슬픔이, 그 행복이, 그 포만감이, 그 권력의 힘이, 그 웃음이, 그 울음이, 그 화려함이, 그 초라함이, 그 아픔이, 그 행운이, 그 쓰라림이, 그 비참함이, 그 배고픔이, 그 갑작스러움이, 그 환희가, 그 넘쳐나는 여유가, 그 잔인함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게 인생이다.


TV나 라디오나 SNS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사연들이나 안타까운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다 보면 오히려 모르는 게 많아서 다행이다 싶다. 몰랐으면 하는 것들을 겪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게 우리의 삶이니까.


굳이 알고 싶지 않고, 알아지지 않았음 하는 것까지 겪으며 살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타인들처럼 나도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게 인간이다.


나도 그러한 인간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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