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대본

자식이니까, 도와 주셔야죠. 힘들다잖아.

by OH 작가




S# 1. 오피스텔 안.

작은 상에 밥을 차려 놓고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S# 2. 작은 방안.

하중이를 깨우는 지윤.


지윤 : 하중아, 일어나자 이제. 학교 가야지.


하중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나간다. 이불을 정리하는 유일.



S# 3, 오피스텔 안.

하중,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면대 물 트는 소리.

작은 상에 차려진 2인 밥 차림. 밥, 김, 김치, 햄, 소고기 무국.

하중과 자신의 외출복을 챙겨 들고 나와 내려놓고, 청소기를 빠르게 돌리는 유일.



S# 2. 오피스텔 건물

유일이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 건물 전경.

오피스텔 건물 전경 저만치 먼 풍경처럼 보이는 덕환과 인복이 살고 있는 신축 아파트 대단지 모습.



S# 3. 부엌.

인복이 앞치마를 두른 채, 김이 오르고 있는 대접 두 개를 식탁 이에 올려놓으며 식탁 앞에 앉는다.

식탁 위에는 반찬으로 김치와 깍두기, 무말랭이 무침만 놓여 있다.

두 대접에는 계란물이 풀어져 있는 만둣국이 담겨 있다.

화장실에서 나와 인복과 마주 앉는 덕환, 대접과 식탁을 보더니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덕환 : 또 만둣국이야?


인복 : (보란 듯이 한술 뜨며) 만둣국이 어때서? 따끈하니 맛있기만 하구만.


덕환 : 다른 거 없어? (고개를 쑥 내밀고 인복 어깨 너머로 싱크대 쪽을 쳐다보며) 반찬 없냐고? 밥 먹게.


덕환, 슬그머니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 들여다보고, 싱크대로 다가가 밥통을 열어 본다. 밥통이 텅텅 비어 있다.


덕환 : 밥도 안 했어?


인복 : (보란 듯이 맛있게 먹으며) 먹기 싫음 먹지마요. 그 나이에 무슨 밥 투정이래? (들으란 듯 한숨) 애들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덕환, 밥통을 심통스럽게 쾅 닫으며 인복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인복 앞에 털썩 앉아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만둣국을 떠먹는다.

인복, 덕환 모르게 혼자 입을 삐쭉이며 미소 지어 보이며 만둣국을 먹는다.



S# 4. 학교 앞.

교문으로 들어가며 유일을 돌아보는 하중에게 빨리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하며 웃어 주는 유일.

학교 벽 뒤에 숨어 이를 다 지켜보고 있는 병일.

하중이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서 빠르게 걸어간다.

병일이 조심히 뒤따라간다.



S# 5. 전철역 앞.

전철역 앞 번화가 먹자골목 입구.

저만치서 덕환이 건널목을 건너오고 있다. 반대편 저만치서는 유일이 빠르게 걸어 오고 있다.

건물 지하로 들어가는 유일, 유일을 발견하는 덕환.

덕환은 걷다가 잠시 멈춰 선다. 유일이 들어간 곳으로 조심히 따라 들어가는 병일을 본다.


덕환 : 저놈이?


덕환이 유일을 따라 병일이 들어간 곳으로 굳은 얼굴로 들어간다.



S# 6. 매장 앞.

사무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유일, 잠시 후 사무실에서 상의 유니폼과 조끼를 껴입고 나오는 유일.

입구 쪽 벽 뒤에 숨어 유일을 훔쳐 보고 있는 병일, 그 뒤로 소리 안 나게 조심히 다가오는 덕환.

병일과 덕환의 시선, 매장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유일의 모습. 일을 시작하는 유일의 모습.

덕환은 손으로 병일의 귀를 세게 잡아당기며 뒤쪽으로 끌어당겨 비상구 문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병일 : (아프다) 아, 아! (신경질) 어떤 새끼야?



S# 7. 매장 안.

입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제품 박스를 뜯고 있던 유일은 매장 문 밖에서 나는 소리에 힐끔 돌아본다. 막 비상구 문이 닫혔다. 아무도 안 보인다.

박스를 뜯어 안에 제품들을 매대에 채워 진열하는 유일.



S# 8. 복도.

비상구 문 앞 복도, 병일과 마주 선 덕환.

병일, 덕환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 애써 시선을 옆으로 돌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두 손을 뒤로 빼고 서 있다. 불편하다.

덕환, 병일을 한 대 칠 듯한 기세의 표정이다.


덕환 : 끝났으면 됐지 왜 몰래 뒤따라와, 왜 훔쳐봐? 왜 얼쩡거려?


덕환, 한 손을 높이 쳐들 듯 힘을 주고 부르르 떨고 있다.


병일 : 유일이랑 끝난 거지, 주율이랑은 아니죠, 아버님.


덕환, 꼴 보기 싫어 죽겠단 표정으로 힘이 들어간 한 손이 한 대 칠 듯 조금 들어 올려졌다 ‘에휴’하는 표정으로 내린다.

덕환, 돌아서서 계단을 오르려다 다시 병일을 본다.


덕환 : (버럭) 안 가? 근처에서 얼씬거리지 마.


병일, 덕환의 눈치와 시선을 애써 피하며 덕환 옆으로 조심조심 지나서 빠르게 걸어 올라간다.

덕환, 병일이 재빠르게 내빼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가려다 돌아서 비상문을 살짝 열고 매장 안, 이제 막 오픈 시작해 캐셔 앞에 서서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유일의 모습을 본다. 비상문을 살며시 닫고 돌아서 계단을 터덜터덜 올라간다.



S# 9. 건물 앞.

유일이 일하는 매장이 있는 건물 앞, 병일이 나온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혼잣말로


병일 : 아, 씨. 하여튼 이 동네 마음에 안 든다니까.


병일,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길 한쪽에 있는 흡연구역으로 간다. 옆에서 젊은 여자 둘이 담배를 피고 있는데, 둘 다 청바지에 면티를 입었다. 한쪽은 통통하지만 한 쪽은 마르고 귀엽고 예쁘다. 병일은 옆에서 담배 피며 힐끔힐끔 미소 지으며 쳐다본다.



S# 10. 도로 위.

도시 속, 이른 오후의 도로 전경.

차들 틈으로 촬영차도 보인다.



S# 11. 촬영차 안.

스텝들이 타 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구원.

옆자리에 앉아 있는 조연출은 졸고 있다.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구원의 얼굴.



S# 12. 방송국 복도(회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유일이 터덜터덜 걸어가는 모습.



S# 13. 촬영차 안.

생각에 잠긴 구원의 얼굴.

구원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만지작만지작거리고 있다.

구원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국장한테 온 전화다. 구원은 기다렸다는 듯 얼른 받는다.


국장 : (E) 오유일이 핸드폰 번호는 왜?


구원 : 예전에 글도 잘 쓰고 일 정말 잘했잖아요. 애들이 국장님 만나러 온 거 봤다고들 하길래, 그때 생각나서요.


국장 : (E) 야, 그게 언제적이냐? 10년 전 아냐? (궁시렁대듯) 이혼하고 돈 되는 일 거리 달라고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리고 그때는 애가 그나마 봐줄 만이라도 했지. 걔기 좀 뭐, 여전히 예쁘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애가 이제는 궁상맞은 티가 줄줄, 뭐 이혼하고 혼자 애 키우느라 힘들기야 하겠지.


구원 : 이혼이요?


국장 : (E) 응, 얼마 전에 이혼했다더라고. 어쨌든, 네가 만나서 뭐 하게? 너 이번에 드라마 PD 입뽕 한다며? 드라마 국장이 너 데려가기로 했다고 아주 자랑질을 얼마나 하든지.


구원 : 그래서 오유일 작가 번호는요?


국장 : (E) 걔 왔다고 관심 갖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


구원 : 누가 또 물어요?


국장 : (E) 미성이가 번호 달라더라. 드라마 국장실에서도 묻더라. 누가 알아봐 달랬다고. 어쨌든 지금 번호 보냈어. 톡 확인해 봐. 야, 걔가 뭐 일 잘하고 인정받던 걔 10년 전이다. 10년 전. 지금도 그렇다는 보장 있어?

구원 : 톡 확인할게요. 감사해요.


구원, 전화를 끊어 버린다. 톡을 확인한다. 국장이 보낸 유일의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고 바로 저장한다.

국장의 말이 다시 되새김질 되는 구원.


국장 : (E) 응, 얼마 전에 이혼했다더라고.


구원, 신경 쓰이는 표정이다.


국장 : (E) 미성이가 번호 달라더라.


구원 : (혼잣말) 유작가가? 드라마 국장님은 또 왜?


창밖을 쳐다보는 구원의 생각에 잠긴 표정.

손으로는 뭔가를 망설이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S# 14. 건물.

유일이 일하는 매장 건물, 입구에서 빠르게 걸어 나오는 유일.

건물 앞, 사거리 교차 건널목. 이제 막 초록 불이 켜진 신호등, 유일은 재빠르게 뛰어가 길을 건넌다.

신호등 차선 바로 앞차 뒤에 선 선일의 차가 보인다.



S# 15. 선일의 차안.

두 팔을 운전대에 올리고, 차창 밖을 통해 길 건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데 막 뛰어가는 유일이 보인다.

선일은 운전대 옆 거치대에 꽂아 놓은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한다.


선일 : (혼잣말) 하중이 데리러가나?


선일의 핸드폰 알림음이 울린다. 선일, 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예린이다.


‘선중이 레슨비 꼭이다. 꼭 선중이 자존심 창피하게 만들지 말자!’


선일은 예린의 톡 메시지를 보고 운전대를 손으로 치며 몸부림을 친다.


선일 : 가고 있다고, 돈 돈 돈 애원하러 가고 있다니까. 내 자존심은 누가 지켜 줄 건데?


선일, 운전대를 손으로 치다 무의식에 클락션을 크게 눌러 버린다. 괜히 창밖으로 보이는 다른 차들의 눈치가 보이는 선일.

앞의 차가 움직이자 얼른 차를 움직이며, 음악을 조금 크게 튼다.



S# 16. 학원 앞.

학교 앞 학원 건물, 빠르게 걸어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

잠시 후, 하중과 손잡고 나오는 유일.


유일 : 학교는 어땠어?


하중 : 재밌었어.


유일 : 뭐가 제일 재밌었어?


하중 : 몰라.


유일, 하중을 쳐다본다. 귀여우면서도 하중의 간단한 대답이 조금 서운한 듯 순간 입을 삐쭉인다.


하중 : 학원 가기 전에 한 20분? (하중이 학교 골목 아래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가리킨다) 저기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좀 놀았어.


유일 : (말이 길어진 하중을 쳐다보며 금새 또 웃는) 그래?


유일은 기분이 좋은 듯 하중을 잡은 손을 살짝 위아래로 흔들며 걷는다.

하중은 그런 유일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살짝 가로 저으며 ‘에휴 ‘하면서도 싫지 않은 얼굴이다.



S# 17. 도로변.

학교 아래 도로변 옆 튼 길가로 걸어 내려가는 유일과 하중의 모습.

저만치 보이는 오피스텔 건물.



S# 18. 주차장.

덕환과 인복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동 건물 주차장 입구.

선일의 차가 다가와 주차장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S# 19.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녹차와 귤을 까먹으며 TV에서 재방송 하고 있는 트로트 대결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인복.

혼자 흥에 젖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현관 벨 소리가 울린다. 인복, 인터폰 모니터 쪽을 쳐다본다. 잘 안 보인다.

인복, “에구, 에구.” 소리를 하며 일어난다. 인터폰 모니터를 그냥 지나쳐 현관으로 간다. 대문 여닫는 소리.

인복 : 너 일 안 해?


거실로 들어와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는 인복, 거실로 들어와 여기저기 힐끔힐끔 살피는 선일.

선일 : 아버지는?

인복, 귤을 까며 TV를 쳐다본다.


인복 : 내가 아냐? 맨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선일, 슬그머니 인복 옆 소파 위에 앉는다.

인복이 보고 있는 TV 화면을 쳐다본다.

TV를 쳐다보고 혼자 조용히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인복을 쳐다보며 인복 앞에 있는 귤을 하나 집어 드는 선일.


선일 : (귤을 까먹으며) 귤 맛있네.


인복 : (TV 화면에 집중하며) 싸 줄 텐 좀 가져가. 유일이도 좀 갖다 주고.


선일 : (고개 끄덕끄덕) 아버지는 언제 오셔?


인복, 선일을 홱 돌아본다.


인복 : 왜? 또?


선일 : (미치겠다는 듯 죽는 표정 지으며) 엄마, 아버지한테 얘기좀 잘 해봐. 나 진짜 예린이랑 선중이가 요즘 계속 돈, 돈 하며 날 갈구는데 나 미치갰어.


인복, 작은 한숨을 내뱉으려다 삼키고 TV 화면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인복 : 네, 아버지한테 돈 얘기 하지 마.


선일, 소파 아래로 내려 앉아 인복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인복의 팔을 붙잡고


인복 : 엄-마. 엄마 아빠 각자 통장에 1, 2억 씩은 있잖아. 거기다 매달 연금 나오겠다, 10억 넘는 이 신축 아파트 있겠다. 엄마 땅도 좀 있겠다. 아들 힘들 때 미이 좀 도와줘야지.


인복, 선일을 향해 몸읏 홱 돌려 앉는다.

선일, 순간 놀래서 뒤로 살짝 나자빠진다.


인복 : 야, 너는 부모가 무슨 현금 지급기냐? (에휴) 남들은 자식들이 생일 날 무슨 무슨 선물을 다 사 주더라, 여행을 보내주더라. 용돈을 얼마를 주더라. (에휴)


선일 : (버럭) 누군 용돈 주기 싫어서 안 줘? 여행 보내 주기 싫어서 안 보내 드려? (풀 죽어 볼멘소리) 아니 뭐 요즘, 엄마 아빠 자식만 힘드냐고? 밖에 나가봐. 말들을 안 해서 그렇지 집에 있던 우리 나이 때 알바 구하고 난리라니까. 엄마, 아빤 뉴스도 안 봐? 경제 불황에, 여기저기 모든 대기업이 희망퇴직으로 백수들 몇 천 명씩 만들고 있다잖아. 내가 못나서 힘든 게 아니잖아.


인복, 두 손으로 선일을 살짝 밀어낸다. 빨리 가라는 손짓을 한다.


인복 :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


인복, 안 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서더니 부엌으로 간다. 싱크대 안에서 봉지 두 개를 꺼낸다. 냉장고 멀티 보관 서랍에 가득 들어 있는 귤을 꺼내 두 봉지에 조금씩 나눠 담는다.


선일 : (인복을 주저 앉아 지켜 보며 징징) 엄-마. 아버지한테 얘기 좀 잘 해봐. 응? 나 좀 살자.


귤 담은 봉지를 식탁 위에 보란 듯이 올려놓는다.


인복 : (귤 봉지 두 개 가리키며) 이거 갖고 가. 나 TV 보게.


인복, 다시 소파 바로 앞에 앉았던 자리에 가 털썩 앉는다. 선일은 쳐다보지 않는다.

선일, 입을 삐쭉 내밀고 인복을 쳐다보고 앉아 있다. 버럭 일어나 현관 쪽으로 간다. 다시 부엌으로 와 식탁 위 귤 봉지 두 개를 챙겨 나간다.

대문 열렸다 쾅 닫히는 소리 들린다.

인복, TV를 쳐다보며 에휴 하는 표정이다. TV 화며에서 가수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젖어 든다.



S# 20. 주차장.

동 건물 입구에서 나오는 선일.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선일, 빠른 걸음으로 차로 다가가 조수석에 귤 담긴 두 봉지를 얼른 집어넣고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다. 발신자가 예린이다.

선일은 전화를 받지 않고 그냥 끊어 버린다. 운전석에 올라타려는데 또 다시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선일 : (혼잣말로 짜증스럽게) 왜? 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는데 역시나 발신자가 예린이다. 선일은 핸드폰을 꽉 쥐고 미치겠다는 듯 흔들어 대더니 전화를 안 받고 끊어 버린다.

운전석에 올라타 차 문을 쾅 다는 선일.



S# 21. 선일의 차 안.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선일, 아파트 단지 앞 도로로 빠져 나와 신호등 때문에 건널목 앞에 잠시 정차한다.

핸드폰 벨이 다시 울린다. 예린이다. 선일은 진짜 돌아버리겠단 표정으로 전화를 안 받고 끊어 버린다. 금새 울리는 톡 알림 메시지. 선일은 확인하지 않는다.

차창을 활짝 연다. 답답하다. 차창 밖을 쳐다보는데 덕환이 길을 다 건너 막 도로 길로 올라서는 모습이 보인다.

선일은 급하게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큰 소리로


선일 : 아버지, 아버지?


덕환이 잘 못 듣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선일은 클락션을 빵빵 울리며 큰 소리로


선일 : 아버지.


덕환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사라진다.

선일의 차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린다. 선일은 혼자 투덜거리며 차를 앞으로 움직인다.



S# 22. 마트 안.

예린이 선중, 선지와 쇼핑 카트 손잡이를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선중과 선지는 각자 핸드폰을 하고 있다.

쇼핑 카트에 넣어 놓은 백과 시장주머니. 열린 백으로 보이는 핸드폰.

예린은 열린 백 안으로 보이는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무 반응도 없는 핸드폰.


예린 : (혼잣말) 아직 얘기중인 거야? 뭐야?


선중, 핸드폰 화면을 잠그고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선중 : 짜증나.


예린과 선지, 선중을 쳐다본다.


예린 : 왜?


선중 : 가율이가 레슨비 안 낸 애 나밖에 없다고 탄톡방에 올렸어.


선중, 얼굴에 쪽팔림에 짜증 가득이다.

예린, 열린 백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선일에게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며 핸드폰 모니터 화면에 뜬 선일의 번호를 노려보다가 신경질적으로 다시 백안에 집어넣는다.



S# 23. 엘리베이터 안.

젊은 부부와 덕환이 타 있다. 남자의 등에는 다섯 살 정도 되는 남자 애가 업혀 잠들어 있다.

덕환은 관심 없는 척하며, 들릴 수밖에 없는 젊은 부부의 조용한 대화를 듣고 있다.


여자 : 그래서? 아버님이 그 돈 주신대?


남자 : (어깨 으쓱해 보이며) 내가 또 아빠 구워삶는 건 잘하지.


여자, 으그 잘했다는 표정으로 남자의 엉덩이를 살짝 톡톡 두드려 준다.


여자 : 잘했어. 뭐 어차피 우리 주실 거 나중에 돌아가실 때 주면 뭐해. 우리가 필요할 때 주시는 게 좋은 거지.

남자 : (고개 끄덕) 어차피 형이랑 나는 반반씩이고, 돌아가실 때 가져 가실 것도 아니니까. 지금 또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다들 뭐 불안불안 절벽에 서 있는 시대니까.


여자 : (생각만 해도 좋은지 소리 없이 웃으며 남자 등에 업힌 남자 애 머리를 쓰다듬으며) 요즘은 부모의 정보력과 조부모의 경제력으로 애들 키운다잖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젊은 부부가 내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 안에 덕환 혼자 뿐이다.

젊은 부부가 내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혀를 쯧쯧 차는 덕환.


덕환 : 죽어라 고생 없이 키워 줬음 됐지, 뭐가 당연히 부모 돈은 다 지들 거래? 요즘 것들은 진짜.


덕환,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덕환은 “에휴”하며 내린다.



# 24. 거실.

인복이 소파 바로 아래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다.

대문 열렸다 쾅 닫히는 소리, 인복이 놀래서 깬다. 얼굴을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킨다.

인복 : 아니, 오늘따라 왜들 그리 대문을 쾅쾅 닫고 그래?


덕환이 거실로 들어오며 인복의 투덜대는 말을 듣는다.


덕환 : 왜들이라니? 누가 왔었어?


인복 : 선일이 왔었어요. (괜히 짜증) 왜?


덕환, 선일이 이름에 말하기 싫다는 듯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돌아서 인복을 본다.

괜한 큰 소리로 호통치듯


덕환 : 내가 뼈 빠지게 입히고 먹이고 학교 다니게 해 줬음 됐지. 내가 내일 당장 죽는대? 내 돈을 왜 지들 맘대로 내놓이라 말라 징징거려? 지들이 죽어라 열심 살 생각을 해야지. 돈, 돈 거릴 거면 다신 저 대문 열고 들어오지 말라고 해.


덕환, 안방으로 들어간다.


인복 : 아니, 왜 나한테 승질이야? 거 참



S# 25. 오피스텔.

유일과 하중이 거주하는 피스텔 대문 앞, 선일이 다가와 선다.

현관벨을 누른다. 대문이 열리고 유일의 얼굴이 보인다.


유일 : 왜? 또?

선일, 귤이 든 봉지를 건넨다.


선일 : 내가 뭐 못 올 데 왔어? 엄마가 누나도 갖다 주래.


유일, 받아 든다. 선일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심란함 가득이다.


유일 : 엄마랑 아빠한테 또 한 소리 들었냐?


선일 : (퉁명스럽게) 아버지는 만나지도 못했어. (유일을 보며 애원하듯) 누나가 좀 아버지한테 얘기 좀 해봐. 누나도 이참에 아버지한테 미리 돈 좀 땡겨 받으면 좋잖아. 좀 같이 협조 좀 하자. 응?


유일, 선일이 딱하게는 보인다.


유일 : 내가 말했지. 거기 등록금도 비싸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그냥 일반 학교로 전학 시켜.


선일 : (버럭) 미쳤어? 선중이가 어떻게 들어간 학굔데.


유일 : 야, 어디서 소리를 질러.


유일, 괜히 복도를 여기 저기 살핀다. 아무도 없다.


유일 : 나도 모르겠다. 나까지 껴 넣지 마라. 가라.


유일은 대문을 닫는다. 선일, 정말 미치겠다는 듯 울상을 짓고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다.


선일 : 진짜 너무들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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