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대본

이젠 제대로 날개 달고 싶다. 건들지 좀 마라.

by OH 작가



S# 1. 학교 앞.

유일은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하중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하중이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이자 뒤돌아서 빠르게 걷는다.

걸으면서 뭔가 생각 중인 얼굴이더니, 신호등 앞에 서서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내 미성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다시 보는 유일.


‘하이, 나야 유미성 작가. 그때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거 같아서. 일 다시 하고 싶은 거야? 그래도 우리 동기에 친구였잖아. 나는 이제 메인 작간데, 나한테도 의논 좀 해 주지. 답장 줘. 커피 사줄게.’


유일,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인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며 전화가 걸려 온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다.

유일은 건널목을 건너가며 전화를 받는다.


유일 : 네.



S# 2. 드라마 국장실.

성진은 유일의 목소리를 듣고 왠지 반갑다.


성진 : 어이, 오유일 작가 맞지?



S# 3. 길거리.

걸으며 통화 중인 유일.

작가라는 호칭에 누구지 싶은 표정이다.


유일 : 누구세요?


성진 : (E) 에이 섭하네.



S# 4. 드라마 국장실.

성진, 피식.


성진 :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렇지 오작가 아이템들 제일 애정해 줬던 나를 잊다니 (고개 갸웃하다 끄덕) 아닌가, 10년이면 그럴만한가? 왔다 갔단 얘기 듣고 한 번 봤음 해서, 온라인에서 글 계속 써 온 거 맞지?



S# 5. 길거리.

유일, 통화하며 걷다가 잠시 멈춘다. 생각난 표정이다.

갑자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S# 6. 드라마 사무실 (10년 전)

성진(드라마PD일 때)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유일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손에 대본을 들고 들어와 성진 앞에 대본을 내던진다.


유일 : (버럭) 김PD님 지금 뭐 하시는거에요?


성진 : (벌떡 일어남) 오작가 기본이 안 돼 있네. 지금 어디다 감히 대본을 던져?


유일 : 이거 세 달 전에 제가 보여드린 기획안이랑 스토리잖아요. 어떻게 이래요?


성진 : 뭘 이래? 오작가가 구성작가지 드라마 작가야? 그리고 이 바닥에서 네거 내거가 어딨어? 저작권 등록도 안 했다며? 위에서 허락받았고, 죽어라 3달 동안 드라마 작가랑 수정해서 캐스팅 들어갔는데, 네가 감히 나한테 대본을 던져?


유일,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려는 걸 이를 꽉 깨물고 참는다.



S# 7. 길거리.

통화하며 다시 빠르게 걷고 있는 유일, 다시 생각해도 분하다. 목소리가 삐닥해진다.


유일 : 제가 온라인에서 글 쓰고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성진 : (E) 내가 좀 오작가한테 관심이 있잖아?


소리 안내고 입 모양만으로 욕하는 유일.


유일 : 관심 부담스럽네요. 저 바빠요.


유일은 전화를 끊어 버린다. 어느새 매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S# 8. 드라마 국장실.

끊긴 전화를 들고 똥 씹은 표정인 성진.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성진 : (큰소리로) 어.


문이 열리고 구원이 들어오는데 성진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구원의 한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성진 : 건방져, 여전히 건방져.


소파에 앉으며


구원 : 누가 그렇게 건방져요? 감히 형한테?


성진,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구원 앞으로 가 앉으며


성진 : 그, 왜 기억나? 오유일 작가라고. (생각난 듯) 그러고 보니 너랑도 같이 일하고 그 누구야?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생각하다 생각난 듯) 유작가? 걔. 유작가랑 동기잖아?


구원 : 아, 네. 알죠 오유일 작가.


성진 : (피식) 아니, 일거리 알아보러 왔다기에 생각 좀 해서 전화했더니 어찌나 건방지게 구는지. (어이없단 표정)


구원은 애써 웃어 보이는 하면서도 손에 쥔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린다.



S# 9. 건물 전경.

유일이 일하는 매장이 있는 건물 전경.



S# 10. 매장 안.

하나뿐인 현금 계산대 옆, 셀프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유일.

일렬로 쭉 벽 쪽에 여러 대 설치돼 있는 셀프 계산대 중 한 곳만 고객이 계산중이고 다 비어 있다.

스포츠 복을 입은 중년 남자 한 명이 현금 계산대 앞에 선다.


유일 : 고객님, 현금 결제신가요?


중년 남자 고객은 손가락 사이에 끼운 신용 카드를 현금 계산대 위에 탁탁 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유일 : 카드 결제는 이쪽이십니다.


유일은 셀프 계산대를 가리킨다.


중년 남자 고객 : 여긴 안 해요? (유일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그쪽이 해 주면 되겠네.


유일 : (애써 웃으며) 그쪽은 현금 결제와 취소 환불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셀프 계산대 처음이시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중년 남자 고객 : 뭐래? 이봐 아줌마. 내가 (현금 계산대를 가리키며) 여기서 하겠다잖아.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 어디서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 없게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여기서 (현금 계산대를 탁탁 치며) 하겠다잖아.


유일, 아무 말 없이 현금 계산대 앞으로 가 화를 꾹 참는 표정과 목소리로, 상품을 찍는다.


유일 : 포인트 하시겠습니까?


중년 남자 고객 : 그런 거 안 해? 아줌마 일이나 똑바로 해.

유일, 영수증과 카드를 내준다.


중년 남자 고객 : (혼잣말하듯) 일하는 자세가 안 돼 있어. 기분 잡치게.


뒤에 서 있던 여학생 둘이 중년 남자 고객을 진상이란 눈초리로 쳐다 보며 셀프 계산대로 가며 조용히 유일에게


여학생 2 : 언니, 힘내세요~


유일, 여학생 둘을 힐끔 쳐다보며 입 모양으로 ‘고마워요.’라고 하며 애써 미소 지어 보인다.

유일, 출구를 나가는 중년 남자 고객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으그’ 한다.


유일 : (속엣말) 아침부터 김PD한테 뜬금없이 전화가 오더니, 아침부터 계속 머피의 법칙이네.


유일, 짜증이 나려 하지만 애써 힘을 내자는 표정이다.



S# 11. 매장 앞.

매장 앞, 출입문 벽 뒤에 숨어 매장 안 유일이 있는 곳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병일.


병일 : (혼잣말) 아니, 쟤는 장인 장모님한테 미리 확 땡겨받지 이런 일은 왜 해? (골똘히 생각) 아직도 지 이름으로 땅 있는 거 모르는 거야, 설마?


S# 12. 방안.

선일이 뻗어서 세상 모르게 곯아 떨어져 있다. 코도 곤다.

방문이 확 열린다. 예린과 선중이 방문 앞에 서 있다. 선지는 예린과 선중 쪽을 쳐다보며 소파에 앉아 있다.

선중 : (짜증) 내 레슨비는?


예린, 화난 얼굴로 부엌 쪽으로 간다. 덜그럭 소리, 땡그랑 소리 들린다.

큰 볼에 얼음을 담아 온 예린, 잠든 선일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선일을 내려다 본다. 선일의 잠든 얼굴에 얼음을 부어버리는 예린.

화들짝 놀래서 깨는 선일.


선일 : 뭐, 뭐야?


예린 : (버럭) 해결해 지갑 두툼히 담고 들어오랬더니 술만 퍼마시고 들어와? 술 퍼마시면 선중이 레슨비가 나와 돈이 나와?


선일 : 내가 무슨 은행이냐? 나도 자존심 상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근데 안된다는 걸 어쩌라고?


선중, 짜증나고 화난다는 듯 퉁퉁거리고 소파로 가 철퍼덕 앉는다.

예린, 다시 집어 던질 듯 손으로 얼음을 잡아 움켜잡지만 던지려다 만다.

방바닥에 얼음을 내팽개치며 주저앉는다.


예린 :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건데? 나가서 돈이라도 벌어 오든지.


선일, 미치겠다는 듯 머리카락들을 쥐어뜯는다.


선일 : 요즘 다들 어려워. 누가 돈 벌기 싫어서 이러고 있냐?


선일은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간다. 신발을 재빨리 챙겨 신는 소리와 대문 쾅 닫는 소리가 들린다. 예린은 기가 찬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다.

선중이 짜증내하며 TV를 틀더니 볼륨을 높인다.

예린은 벌떡 일어나더니 방을 나간다.



S# 13. 안방.

예린은 옷장에서 긴 겉옷을 챙겨서 나간다.



S# 14. 거실.

예린은 현관으로 가 신발을 챙겨 신으며


예린 : 엄마 한두 시간 걸릴 거야. 점심밥은 너희들끼리 좀 챙겨 먹고.


선중 : (짜증) 어디가는데?


예린 : 담판 지으러.


뭔가 결심한 얼굴로 대문을 쾅 닫고 나가는 예린



S# 15. 쓰레기장 옆.

선일이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


선일 : 왜 이렇게 갈 데가 없는 거야?


선일,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얼굴. 말없이 동 건물을 쳐다본다. 한숨만 나온다.

동 건물 입구에서 예린이 나오는 게 보인다. 빠르게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가고 있다.

예린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쫓는 선일의 시선.


선일 : 쟨 또 어디가?



S# 16. 길거리.

전화를 걸며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 예린.

신호음이 길게 울린다.



S# 17. 커뮤니티 카페.

인복과 덕환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라운지 카페 안.

뜨문뜨문 라운지 카페 안을 채우고 있는, 끼리끼리 앉아 있는 애 엄마들.

구석 창가 쪽에 혼자 앉아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덕환.

핸드폰이 테이블 위에서 진동을 울리고 있다. 발신자가 ‘며느리’다.

덕환은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S# 18. 길거리.

신호음이 길게 들리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걸어가고 있는 예린.



S# 19. 커뮤니티 카페.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쳐다보고만 있다가 에휴 하며 전화를 받는 덕환.

전화 받는 목소리가 그닥 기분 좋지 않다는 퉁명함이다.


덕환 : 그래.



S# 20. 길거리

전화 받는 소리 들린다.

예린은 결심한 얼굴로 단호하고 분명하게


예린 : 아버님 저 지금 커피 한 잔만 사 주세요. 제가 지금 아버님 댁 근처로 걸어가고 있어요. 네, 네. 그 도로앞 1층 그 카페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예린.

걸어가는 예린의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S# 21.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원.

손으로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뭔가 망설이는 얼굴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던 미성이 구원을 보고 웃으며


미성 : 선배.


하는데 구원이 돌아서서 걸어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미성 : (입을 삐죽) 뭐야? 내 인사도 씹을 정도로 진지한 저 얼굴은.


미성은 대체 뭔지 싶은 궁금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삐죽 내밀고 걸어가는 구원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미성 : (한숨) 나는 언제까지 선배 뒷모습만 쳐다봐야 하는거야, 대체?


미성, 속이 타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데 성진이 빠르게 뛰어와 버튼을 누른다. 닫히려던 문이 다시 열리며 성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다.



S# 22. 엘리베이터 안.

미성, 성진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성진, 건성으로 고개 끄덕하더니


성진 : (생각났다는 듯) 아, 유작가 맞지? 그 오유일 작가랑 동기인?


미성 : (미소) 네. (속엣말 _ 못마땅) 여기서 유일이는 또 왜 나와?


성진, 고개 끄덕.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성진은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전화를 냉큼 받는다.


성진 : 왜?


국장 : (E) 야, 구원이 또 거기 갔냐? 장PD 말야?


성진 : 왜?


국장 : (E) 야, 아직 드라마 PD 아니거든. 여기 마무리 할 일도 남았고, 너무 불러 대는 거 아냐? 바빠 죽겠는데.


성진 : (피식) 놀고 있네. 여긴 안 바쁘냐? 장구원이도 첫 작품인데 준비할 게 한 두 게냐? 안 그래도 유명 작가 하나 붙여 주려고 했더만, 지가 무슨 생각해 둔 신인 작가가 있다며 그 지랄하는데 누군지 아직 말도 안해주고 나도 머리가 지끈거리니까 끊어.


성진, 전화를 끊어 버린다.


성진 : (혼잣말) 장구원 이 새끼는 이쁘다 이쁘다 해 주니까 뭐든 지 맘대로야. 누가 방송국 사장 아들 아니랄까봐.


미성, 듣고 있다가 성진을 힐끔 쳐다본다.


미성 : (속엣말) 신인작가?


미성, 괜히 혼자 기분이 좋아지며 얼굴에 밝은 미소가 가득


미성 : (속엣말) 저번에 내가 보여준 시놉시스가 마음에 들었나? 뭐야? 그래도 선배가 나를 생각해 주고는 있는 거야?



S# 23. 비상계단.

문이 열리고 전화를 걸고 있는 구원이 들어온다.

신호음이 길게 울리더니 전화 받는 소리가 들린다.



S# 24. 휴게실.

매장 휴게실 안.

사복으로 다시 갈아입은 유일이 사물함 안을 정리하며 전화를 받고 있다.


유일 : 네. 누구세요?



S# 25. 비상계단.

유일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다는 구원의 밝은 얼굴.


구원 : 오유일 작가 맞지?


유일 : (퉁명) 그런대요?


구원, 유일의 목소리가 왠지 반갑지 않다는 듯 들려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쳐다보고는 다시 조심스레 묻는다.


구원 : 나 기억하려나? 나 장구원인데, 장PD.



S# 26. 휴게실 앞.

한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며 다른 한 손으로 휴게실 문을 닫고 있다가 뜻밖이란 표정으로 목소리가 밝아지며 얼굴이 벙해진다.


유일 : 발길닫는 대로, 그 프로같이 했던 장PD님이요?


S# 27. 비상계단.

구원, 유일의 목소리가 밝아지자 다행이란 듯 미소 지으며


구원 : 맞아, 근데 그때 오빠라고 부르기로 하지 않았었나? 아무리 10년 동안 얼굴도 못 봤다지만 장PD님이라고 부르니까 거리감 느껴져서 섭섭한데?



S# 28. 계단.

매장 앞 계단을 오르며 통화하고 있는 유일.

뜻밖인데 반갑다는 표정.


유일 : 그때는 같이 일할 때니까 그렇죠. 10년 만에 전화 받으면서 어떻게 바로 오빠라고 그래요.



S# 29. 비상계단.

구원, 그런가 싶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


구원 : 방송국 왔었단 소리 듣고 그냥 반가워서 국장님께 연락처 물어 봤는데 괜찮지? 불편한 거 아니지?



S# 30. 길거리

걸으며 통화 중인 유일.


유일 : 에이. 내가 장PD님 전화 불편할 게 뭐 있어요? 아침에 김성진 PD, 아니 그 쓰레기 국장이 전화해서 기분 나쁘긴 했지만.


구원 : (E) 김성진 드라마 국장님이 전화하셨어? 너한테?


유일 : (이름만 들어도 짜증) 그러게요.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그것도 뜬금없이 10년 만에 전화했는지. (생각

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듯한)


구원 : (E) 그랬구나. 저 혹시 좀 만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인사도 하고, 뭐 물어 보고 싶은 것도 있는데.


유일 : 저한테요?


구원 : (E) 응


유일 : (왠지 설레고 기분이 좋다) 네. 뭐. 저야 좋죠.



S# 31. 2분할 화면.

길거리에 서서 통화 중인 유일의 바스트 샷과 비상 계단에 서서 통화 중인 구원의 바스트샷 2분할 화면.

엔딩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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