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는 밍밍한 부드러움, 편의점 인스턴트커피

세상의 어떤 관계도 결국 여유 있는 사람이 갑인가 보다.

by OH 작가


분명히 커피다. 카페에서 취향대로 주문해 마시는 커피처럼 개성이 뚜렷하게 확 드러나진 않는 거 같다. 마시면 밀크처럼 부드럽고, 그닥 달지 않고, 쓰지도 않다. 분명한 맛의 카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조금은 밍밍하다고 할 수도 있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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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 일 할때는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나 편하게 사 먹는 인스턴트 커피를 꽤 사 먹었다. 촬영하느라 이동할 때 제일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차 안에서 쏟을 걱정도 없다.


스타벅스부터 종류도 다양하다. 아메리카노부터 스윗 아메리카노,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등 동그란 플라스틱 컴 모양에 담신 인스턴트 커피다.

나는 다양한 브랜드 중 바리스타 브랜드를 자주 마셨다.

편의점에 갔다가 오랜만에 눈에 들어와 하나 구입해 봤다. 밀크처럼 부드러운 커피 맛에 그닥 많이 달지도 않지만, 아주 조금 밍밍했다. 입맛이 변한 걸까? 카페나 갈은 원두 그대로 내려 마시는 그 커피 맛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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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이 누구에게나 구수하고 정겨운 누릉지 같지 만은 않다. 나에겐 항상 갑인 곳이었다. 있는 자가 결국 결정권을 갖는 곳, 나에게 친정은 그런 곳이다.

아들은 무조건 예뻤고, 딸은 유명한 교수님이 교수로 끝까지 밀어 준다고 편입해 오라는 것도 거절하는 그런 엄마가 있던 곳이다. 내 직장에 전화해 직속 상사에게 내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고 흉을 보며, 내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 모든 것은 무너뜨리고 욕 먹게 했던 곳이다.


결혼할 때 너무 가진 것 없는 상대 때문에 친정에서 내 명의로 사 놓은 소형 아파트를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싸게 주셨다. 나는 딸이니까, 공짜는 없다. 대신 친정 엄마는 백화점에서 보듬 가구와 전자제품을 최신형으로 구입해 줬다. 소형 아파트라 많이 해 주고 싶어도 많이 해 줄 수 없었지만.


이번 2026년 설 연휴에 나는 친정에 가지 않았다. 몇 5년 됐나 보다.

(상대방 때문이기도 했다. 친정 엄마가 나 몰래 내 이름으로 또 다시 빌라에 투자를 했는데 상대방과 내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어차피 내 명의니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친정 엄마한테 재산세랑 건강보험료 올랐으니 빨리 가져가라고 난리를 쳐서 명의를 옮겨 가게 했다. 그때부터다. 친정에 안 가기 시작한게.

나는 아무리 부모라도 내 돈이 아닌 걸, 알아서 물려 주시면 몰라도 내 마음대로 건드리는 성격이 못된다. )


신혼 때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그 아파트 아직 네 거 아니거든, 달달이 아직 얼마 갚지도 않은 돈 내줄테니 당장 나가."라고 말하는 엄마 때문에 혼자 많이 울었다. 남도 그렇게 갑질하지 않겠단 생각에 서러웠다.

이유는 별 것도 아니다. 한 달 전부터 약속을 해 온 단짝 친구와 만나고 있는데 연락도 없이 갑자기 반찬 주려고 (친정집에서 해 준 그 소형 아파트는 친정집에서 10분 정도 걸린다) 걸어 오셨단다. 미안하지만 한 달 전부터 약속한 게 있어 친구와 근처에서 만남 중이라고 말했지만, "너는 엄마가 중요해, 네 친구가 중요해."하고 버럭 화를 내시며 당장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하셨다.


워낙 중학교때부터 그런 친정 엄마를 봐 온 친구들은 얼른 가 보라고 한다. 친구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앉아서 얘기 나눈지 30분 밖에 안됐었는데.


이번 설 연휴를 아들과 둘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내고 나서 설 연휴 당일 오후에 집 근처로 온 남동생과 커피를 마셨다. 남동생은 언제까지 부모님과 그렇게 보낼 거냐며, 엄마가 금새 풀리진 않겠지만 올해 추석에는 싸우든 난리를 한 번 치더라도 오라고 했다. 올해도 안 오면 아예 안 보실거 같다고.

엄마는 내가 방에서 열이 40도까지 올라 이불 덮고 누워 있어도 신경도 안쓰던 사람이다. 그냥 방문 열어 보고 "쟤는 왜 저러고 있어?", 그게 다였다.

내가 신우염으로 생전 처음 병원에 입원 했을 때도 단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엄마가 금새 풀릴 수는 없지만...'이란 말에 아들과 딸을 편애하느라, 내가 아빠 닮았다고 나한테 화풀이 하며 살아 오신 터라, 상처 받은 건 난데 네가 기어들어오지 않으면 안 보겠다는 말이 씁쓸했다. 결국 여유 있게 가진 자의 갑질이구나 싶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나는 친정 엄마 덕분에 사람의 특정 표정에 약간의 트라우마까지 생겨서 상담도 받은 적이 있다. 친정 엄마는 본인이 잘못해 놓고도 본인한테 고개 숙이거나 먼저 무릎 꿇지 않으면 사람을 바로 눈 앞에 놓고 본인의 분이 풀릴 때까지 투명 인간 취급을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조금이라도 싫어하거나, 부당하게 갑질을 하는 사람과는 아예 연락을 끊는 편이다. 내 스스로도 벽을 단단히 친다.


나는 부모와의 화해에 대한 마음이 반반이라고 대답하고 남동생을 보냈다.







세상에 그 누구도 누군가에게 사람으로서 갑질을 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이 세상은 가진자와 힘 있는 자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가진 사람 뿐일까?


서비스 직에 있는 분들은 많이 느낄 거다. 콜센터 직원한데 들었었다. 고객이 전화해 정말 더럽고 듣기 역겨운 19금 모욕을 주며 끊을 때도 있단다. 법이 바뀌어 서비스 직에 대한 고객들의 통화를 녹음은 한다지만, 그냥 형식적인 법일 뿐이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짤리지 않으려고, 회사에서는 그냥 그냥 좋게 해결하라하고 참으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감정 노동도 참는다. 그게 2026년에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는 누구든 먹고 사는 게 쉽지 만은 않은 거 같다. 서울대 나와서도 대기업에 취직해 영업 하러 다니려면 간 쓸개 다 내려놓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어쩔 땐 서러운게 세상 살이다. 부모님 밑에서 고생 없이 자랄 땐 그걸 알리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나와 보면 안다. 세상은 절대 폼나고 멋지지 않다는 걸, 냉혹한 경쟁 구도 속에서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전공하고, 전문직 하고 싶다고 사회에 나온 거란고?'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빈부 격차가 커지고, 물가는 오르고,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 시대에 우리는 더더욱 느낀다. 가족 간에든, 형제 간에든, 직장에서의 비즈니스 관계든, 가진 자의 갑질은 언제나 나의 자존심을 참으로 씁쓸하고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일 거다. 100%는 아니어도 50% 만이라도 쌓아지는 경력과 경험 만큼 조금씩 내가 멋있고 세련된 모습으로 내 이름을 당당하게 내세우게 될 거란 꿈, 그 꿈 때문일 거다.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고 나아갈 권리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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