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디씀을 덮는 부드러움, 에어로카노

커피가 달고 맛있어서 마시는 건 아니다. 그래서 검은 악마인가 보다.

by OH 작가


뜨거운 압력으로 빠르게 내려지는 검은색 액체인 커피가 달거나 맛난 음료라서 마시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되게 쓰거나 맛없지도 않다. 검은 그 액체가 주는 중독성이 있긴 있다. 그래서 검은 악마라고도 하나 보다.


뜨거운 압력으로 압축된 상태로 빠르게 내려지며 약간의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커피는 변화도 가능하다. 우유를 섞는다거나, 초콜릿을 섞는다거나, 크림을 섞는다거나, 단 시럽을 섞는다거나, 참 변화도 다양하게 가능한 음료다.


이번에 스타벅스에서 새로 출시한 커피 음료는 에어로카노다.





부드러운 거품의 층이 두껍게 얹어져 있다. 부드러운 거품이 뒤덮어 버린 바로 아래 층에는 아메리카노 원액이 보인다.

뚜껑은 여는 순간 컵의 2분의 1을 뒤덮고 있는 거품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확인 시켜 준다.


되도록 HOT으로만 마시는 나에겐 아이스만으로만 판매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주로 HOT을 마시는 나는 정말 제일 더운 폭염의 한여름에나 더 사 마셔야 할 거 같다.









인생은 언제나 쓰디쓰다. 그 쓰디씀이 항상 힘듦과 어려움만은 아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된 삶이 왜 이리 쓰디쓴지 모르겠다. 그 쓰디씀을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버티며 기꺼이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간다. 각자의 색깔대로.


"누나는 그것만은 확실하네 진짜."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본다. 주변에서 다 담배를 피워도 건강에도 안 좋고 내가 싫은데 굳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

'저 작가 뭐야?' 그런 눈초리 몇 번 받아 봤다. 다 같이 담배 피러 나가자고 잠시 쉬었다 하자는데, 나는 커피 컵을 들고 천천히 느리게 따라 나간다. 담배 연기를 너무나도 싫어하고, 도저히 못 피겠는 걸 어쩌겠는가.


힘 있는 분이라고 무조건 고개 숙이고 나서는 것도 나답지 않다. 같이 일하고 있는데도 우리집 행사에는 오지도 않고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 안한 분의 행사에 내가 왜 가야 하는지 나는 이해 못한다.


아무리 힘 있어도 앞에서는 좋은 일 하는 척 하며 뒤에서는 사람 은근히 무시하고 고개 숙이게 하는 부당함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솔직히 짜증난다.


내가 없으면 하고 싶어도 안 하는 거다.

내 아이가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 있어도 내가 능력 없으면 남의 돈에 손대고 무리해가면서 사립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일반 학교에 가도 성공할 애는 성공 한다. 사립 명품 학교에 가도 안 될 애는 안된다. 그래서 꼭, 이라는 건 없다. 굳이 절대적으로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남동생에게도 무리해서 사립 학교 보내지 말고 그냥 일반 학교에 보내라고 했었다. 너무 무리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나나 남동생이나 돈 관리를 경제적으로 야무지게 잘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날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하는 성격도 아니다. 남동생이 외제차나 명품을 좋아하는 편이라 "브랜드 명들 좀 외우고 다녀."라고 나한테 뭐라 한 적도 있다. 미안한데 관심이 별로 없다. 명품이 뭐라는데 그냥 내가 불편함 없이 살면 되지,란 식이다.

그냥 부모님이 재테크 하고 다 알아서 해 줘 버릇하고, 경제에 대해 별로 배운게 없어 돈 관리에 좀 약할 뿐이다.


남의 것에는 함부로 손대지 말고, 쓸데없는 거리를 만들지 않는다. 어쩔땐 너무 솔직해서 내 스스로도 이 자리는 그래도 조용히 조심하자고 누를 때도 있다.

예의를 차리거나 내가 해야할 대접이 있으면 격에 맞게 한다. 애교가 필요할 땐 애교도 부린다. 애교가 없는 게 아니라 해야할 때만 한다. 다만 낮간지러운 허세로 손을 비비거나 없는 아부는 못하는 성격이다.


권력은 갖기 싫다. 권력 만큼 사람을 망가뜨리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은 많이 벌고 싶다. 어린 아들에게도 유치원 때부터 말해 왔다. 돈을 많이 벌고 잘 되면 세상 너 혼자 잘나서 잘 된거 아니니 나누고 돕고 살아야 한다고. 그게 사람 사는 거라고.

난 학창 시절부터 작가로 성공할 거라고, 성공해서 그냥 동네에서 지인들과 소소하게 음식해 매일 나눠 먹으며 남들과 나누고 돕고 살거라고, 장학 재단 설립해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 했었다. 친구들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학교 다닐 때도 넌 항상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어. 그게 꿈이라고."


나는 내가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는 나대로 확실한 게 있을 뿐이다.

그래도 40년 넘게 살아온 어른이라고 그런 확실함도 때에 따라 참거나 가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건 배웠을 뿐이다.









인생은 어쩌면 스타벅스에서 이번에 출시한 에어로카노 커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달콤하지 않은 현실, 쓰디쓰지만 자꾸 희망과 꿈에 대한 나름의 기대와 열정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어쩌면 우리는 끊지 못하고 자꾸 마시게 되는 검은 악마인 아메리카노처럼 인생의 알 수 없는 숨소리를 매달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숨소리 위에 각자의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을 얹어 위로 받고,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조금이나마 덜 쓰디쓰게 걸어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에어리카노 커피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입을 대는 순간 먼저 입으로 넘어 가는 부드러운 거품이 그 뒤로 천천히 넘어오는 아메리카노 원액의 맛을 조금 더 풍성하게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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