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Again 6화

다시 모인 가족, 하나의 비밀

by OH 작가



건식은 담배 연기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쳐다봤다.


“엄마가 살아 있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눈치 못 채는 게, 그게 남편이냐고?”


건식을 건영의 말이 자꾸 떠올라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건영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시점에서 어긋난 건지조차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옆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혁은 건식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건영이랑 깊게 대화해 보신적 없죠?”


건식은 이혁을 노려보듯 쳐다봤다. 진짜 한 대 세게 쳐 주고 싶은 얼굴이다.

이혁은 그런 건식의 얼굴을 너무도 당당히 마주 보고 있다.


“아버님, 탐정 자격증 있으시다면서요?”


“그걸 네가 왜 신경 써? 아직도 네가 내 사위라도 돼?”


건식은 이혁을 쳐다보지 않는다. 한 대 쳐 줄 것만 같아서 쳐다보지 못한다. 자신의 입술 틈과 콧구멍에서 뿜어져 나와 공중으로 날아 올라가는 담배 연기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만 좀 하라고 건식을 말리던 건영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서 참아야 할 것만 같다. 오랜만에 만난 딸 건영에게 왠지 미움 사고 싶지 않다. 시니어로 접어드는 나이에 다 큰 딸의 눈치가 보인다. 더구나 2년 만에 보는 딸의 얼굴이다. 보고 싶어도 미친 개처럼 일에 더 미쳐 날뛰며 참고 참았던, 보고 싶었던 얼굴이다. 그런 딸의 표정과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다.


“건영이가 아버님한테 탐정 사무실 개업하라는 제안을 할 테니까요.”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건식은 그제야 이혁을 쳐다본다. 이혁이 아무렇지 않게 건식의 얼굴을 피하지 않는 게 짜증 난다.

2년 전, 건식은 딸의 눈물을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이혁이 다른 여자와 뒹굴고 있던 호텔 룸으로 뛰어 들어갔었다. 두 눈이 뒤집힐 거 같이 가슴에 불덩이가 타오르고 있었다.

건식에게 멱살을 잡힌 이혁은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하나 없는 얼굴로 사정이 있다고만 했다. 건영과 하율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었다. 건영과 하율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여자와 호텔 룸에서 뒹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끝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그때 너란 새끼를 그냥 아작을 냈어야 했는데.‘


건식은 아직도 그때 건영의 말류로 이혁의 상판을 뭉개버리지 못한 자신의 주먹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그 다음 날 이혁은 투자한 주식을 말아 먹고 1년 동안 잠수를 탔었다. 그런 새끼다. 그런 빌어먹을 새끼랑 건영이는 다시 연락하고 있다. 더구나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새끼가 하율이의 입원실에 발을 들이도록 허락했다. 이제 부부는 아니어도 친구는 된다는 듯 다시 연락하고 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저는 건우 데리러 가야해서요.”


이혁은 다 마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고는 돌아섰다.

건식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는 이혁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건식은 이혁의 뒷모습을 처음 본다. 단 한 번도 건식 앞에서 뒤돌아서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왠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당당한 느낌은 왠지 건식을 더 화나게 했다.


“저 새끼는 왜 쓸쓸해 보이는 건데? 밥맛 떨어지게.”


건식은 담배를 땅바닥에 던졌다. 신발 앞부리로 비벼 껐다. 공중으로 피어 오르던 담배 연기는 이제 흔적도 없다.





건우는 물을 삼키는 것조차 무겁게 느껴졌다.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난장판이 된 방 안의 모습이 건우를 힘들게 했다.


“건우아, 누나 눈 똑바로 쳐다 봐. 딱 3년 만이야. 3년만 다 숨기고 살면 돼. 3년 동안 누나가 다 해결할게. 알았지?”


건우는 마시다 만 물컵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누나랑 하율이가, 나 때문에 엄마가 그렇게.”


“너 때문 아니거든”


건우는 눈물 범벅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이혁이 서 있다. 이혁은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건영이가 그때 너한테 한 다짐과 약속이 뭐 때문이었는지 너나 나나 너무 잘 알잖아.”


이혁은 건우에게 다가와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내밀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건우를 어깨를 부드럽게 움켜 잡았다.

건우는 손수건을 받아 들고 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삼켰다.


“하율이는요?”


“수술 잘 됐어. 입원실에 있어. 그래서 난 너 데리러 온 거고.”


건우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움켜쥔 물컵을 내려다봤다. 이혁은 그런 건우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건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가자. 건영이가 기다려.”


건우는 얼굴을 들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건우를 달래듯 쳐다보고 있는 이혁의 얼굴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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