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주하는 여행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뭘 위해 사는 걸까? 내 삶의 목적은 뭐지?
진부하지만 또 그만큼 익숙한 질문.
서른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미해결된 찝찝함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도 정리할 겸 홀로 떠났다.
내 삶처럼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저 발길 닿는대로.
숙소는커녕 바다인지 산인지 조차 정하지 않고
그저 길이 이끄는 대로 차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이 바람이 좋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설악산이 나온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저 멀리 보이는 절까지 걸어간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내 심신을 관통하는 이 차분함은 희미한 미소를 선사한다.
설악산을 뒤로 하고 이번엔 강원도 고성이다.
거진읍이라고 하는 작은 바닷가 마을.
이곳의 향기는 산 속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짭짜름하면서도 해방감이 느껴지는 이 향기.
횟집 옆에 작게 딸려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역시나 계획없이 눈에 보이고 마음이 이끌리길래 덥석 잡아버렸다.
누군가의 살림의 흔적이 있는 작은 방. 어메니티는 기대할 수 없는 시골의 게스트하우스.
이곳에서 밖에 느낄 수 없는 정취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후부터 밤까지, 그리고 다음날 다시 해가 뜨고 출발할 때 까지.
해변에 가만히 앉아서 파도를 보고 해를 봤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몇 가지.
끊임없이 너울대는 파도는
파도라서 너울대는게 아니라, 너울대니까 파도구나.
끊임없이 빛나는 태양은
태양이라서 빛나는게 아니라, 빛나니까 태양이구나.
내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삶이라 살아가야 하는게 아니라, 살아가니까 삶인 것이다.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애초에 삶에는 목적이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순간을 100% 느끼고 살아있음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층 더 가볍다.
아무래도 내 인생의 방식이 조금은 바뀔 것 같다.
'삶을 견뎌내기' 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