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는 맹수와 같이 산다
나의 고양이 레오는 공격성이 있는 편이다. 기분이 나쁘거나 흥분을 하면 사냥개처럼 물어뜯고, 손톱도 어릴 때부터 숨기지 못해 손톱을 세운채 주먹을 날리는 고양이였는데 그래서 나는 늘 온몸에 흉터를 달고 산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속상하지만 이해하며 오랜 시간 지내고 있다.
그러다 일 년 전쯤 레오가 갑자기 내 얼굴을 심하게 물어 응급실을 가서 꿰맨 적이 있다. 흉터가 깊어 도저히 집에선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바로 응급실로 향하였는데 역시나 꿰매야 한다고 하여 여러 주사들을 맞고 얼굴을 꿰맸었다. 아프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었다. 어쩔 수 없으니까, 내 새끼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 순간 내가 뭐가 그리 레오의 심기를 건드린 건진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었겠지 하며 이해하고 넘겼었다.
그리고 최근에 또 레오 때문에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이번엔 레오가 손톱으로 공격을 해서 입술안쪽이 깊게 찢어졌다. 바로 응급실을 갔더니 꿰매야 한다고 하더라. 근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마음이 달랐다. 처음 레오 때문에 응급실을 갔었을 때는 “괜찮아 이해해”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두 번째 다치니까 너무나도 속이 상한 것이다. 그 아이가 일부러 내가 미워 다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너무나도 속이 상하고 슬픈 감정이 들었다. 외로웠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전과 다른 마음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전에는 나는 레오에게 무한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헌신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속상하고 서운하고 보기도 싫은 것이다. 칭얼대고 애교를 부려도 귀찮은 마음이 들고 '나한테 그렇게 해놓고 지금 애교를 부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지도 않고 관심 주고 싶지도 않고 밉기만 했다. 이런 내 마음이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일주일 후 심리상담을 받으며 이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이 감정이 너무 혼란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계속 레오 때문에 다칠 때마다 어땠냐고 물었는데 나는 “아프지만 그래도 내 새끼니까 괜찮았어요 이해했어요”라고 말하니, “그래도 속상하진 않았어요?”라고 상담사 선생님께서 물으셨는데 “…. 속상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내 자식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이해해야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텐데”라고 대답을 했고, 그렇게 계속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하나둘씩 느껴지는 게 생겼다.
나는 지금까지 레오 때문에 다칠 때마다 괜찮았던 게 아니었구나, 몸에만 상처가 난 게 아니었구나. 마음에도 계속해서 상처가 나고 있었던 거였구나. 나는 계속 속상하고 슬펐지만 그걸 들여다보질 못했구나, 레오중심으로 살다 보니 나를 챙기질 못했구나.라는 걸 느꼈다. 레오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할 때마다 슬프고 속상하지만 참았었다. '나는 엄마니까 이해해야지, 참아야지, 견뎌야지.' 생각했다. 근데 그 상처들과 외로움들이 쌓이고 쌓여 이번에 터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다 한 뒤 상담사 선생님께 상담 마지막쯔음 이렇게 얘기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이 상황이 하나의 위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 나은 마음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이 상황을 너무 나쁘게 보지만은 않아요. 저는 이 상황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