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자주 무너지고, 매번 일어나고 있습니다.

5. 아이코닉한 그녀

by 오비채

5. 아이코닉한 그녀




코피가 뚝뚝, 어릴 때부터 나는 늘 아팠었다. 큰 병은 없었지만 허약해 잔병치레를 달고 살며 시도 때도 없이 코피를 흘리고 자주 앓아누웠었다. 좋지 않은 환경 탓이었던 건지 건강하지 않은 영양상태여서인지 불행한 가정환경이어서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 때문인지.



하얗고 핏기 없는 얼굴에 마른 몸, 힘없는 목소리와 느린 행동. 의욕과 즐거움 따윈 없어 보이는 모습. 그게 나였다. 아무리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도 이미 나에 대해 부정적인 소문이 다 나 있는 이 작은 초등학교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는 불쌍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은 조금 새로운 곳이었다. 나를 모르는 아이들이 참 많았고 더욱더 넓은 세상이었다. 그곳에 아이들은 그전에 취급받았던 나와 전혀 다르게 나를 대하였다. 하얗고 핏기 없는 얼굴을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고 큰 눈에 쌍꺼풀을 부럽다고 해주었고 내 마른 몸을 보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행동들이 나는 조금 무서웠다. 그전에 삶은 욕만 먹던 삶이었는데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예쁘다는 칭찬도 태어나 처음 들어보았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 예쁘고 귀여운 애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예쁘고 귀엽다는 칭찬을 들을 땐 초반엔 정말 기분이 좋았다. "피부가 정말 아기 같아 부러워” “ 눈이 정말 예쁘다” “코가 너무 귀여워” “너 정말 날씬하다” “다리가 진짜 예쁘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모 칭찬은 단순히 예쁘다 귀엽다를 떠나서 나노 단위로 쪼개시기 시작했다. 눈, 코, 입부터 시작해서 손, 손가락, 손톱, 발, 발톱, 발목, 종아리, 인중모양 등등 정말 내 몸의 모든 부위를 쪼개가며 평가를 받았다. 나는 점점 이것이 부담스럽고 무섭고 두렵기 시작했다.



외모 칭찬이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난 너무나 큰 갈증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질 외모가 아닌 난 나의 내면에 관한 칭찬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외모칭찬을 받을수록 그것에 더 부합하기 위해서 더 잘 보이고 칭찬받기 위해 외모집착을 하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더더욱 내면에 관한 칭찬을 갈망하게 되었다. 성격이 좋다거나, 재밌는 사람이라거나, 말을 잘한다거나, 취향이 멋지다거나, 똑똑하다든가 하는 식의 칭찬을 받고 싶었다. 언젠가 사라질 외모가 아닌. 단순히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진짜 내 속에 있는 나에 관한 칭찬을 받고 싶었지만 그것에 대해 칭찬해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게 난 콤플렉스가 되었다.


우울증이 아주 심하던 어느 해에 폭식이 생겼다. 빠짝 말라가던 내가 갑자기 살이 급속도로 쪄버렸다. 생애 최대 몸무게를 달성한 것이다. 태어나 제일 못생긴 내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이어트란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 내 생애 가장 통통한 삶을 살고 있는데 통통한 삶이 되어보니 사람들이 참 못됐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외적인 무시라던가 눈빛들을 받게 되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더라. 이전에는 내가 입고 있는 옷 정보라던가 액세서리, 혹은 다이어트 비법, 피부관리법, 남자 친구 유무 등등 이것저것 많은 관심을 가지며 나의 다양한 것들을 사람들이 따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살이 찌고 나니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와 놀라웠다. 그리고 대놓고 무시를 당한 적도 있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후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여성 한 명이 운동을 하러 나가려던 참에 나를 위아래로 보더니 갑자기 체중계에 올라가 “어머! 나 45킬로나 됐네! 어떡해!!” 하고 탈의실을 나가기 전에 나를 다시 위아래로 보고 나가는 것이었다. 아 이런 게 살이 있는 사람들이 무시당하는 패턴이구나를 느꼈고 황당했다.



나는 아직 코르셋을 벗고 말고에 대해 아직 잘은 모르겠다. 그저 의자에 앉았을 때 바지가 끼지 않을 만큼 뱃살이 없었으면 좋겠고, 달리기 할 때 가벼울 만큼만 날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적인 평가보다는 내면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령 취향이 멋지다는 칭찬 같은 거 말이다. 내가 여성이어서 그런 건지 그저 나여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외모 평가에 평생을 갇혀 살고 있다. 시시때때로 외모 평가를 받으며 ‘여성’으로서만 살고 있는데 그저 나의 바람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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