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자주 무너지고, 매번 일어나고 있습니다.

4. 나조차도 외면했던 사람

by 오비채

4. 나조차도 외면했던 사람




나는 최근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다. 예전부터 심리상담에 대한 궁금증과 필요성에 대해 오랜 고민을 했었는데 드디어 고민 끝에 상담을 받으러갔다. 아직 상담을 몇 번 안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담을 받기로 한 것이 잘한 선택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상담을 시작할 때 상담사는 왜 심리상담을 받으려 하는지에 대해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동안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많이 괜찮아졌지만 그럼에도 나에겐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고, 약을 먹어 아픈 곳이 나아지는 것은 호르몬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있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단순히 몸만 치료하는 느낌이었다. 정작 내 오래된 아픈 마음과 생각들은 어느 한계선에서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걸 느꼈고 나의 마인드를 바꾸려면 이젠 약이 아닌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느껴 찾아오게 되었으며 현재 내 선택지가 포기와 상담받아보기 두 개가 있다고 친다면 일단 먼저 할 수 있는 선택지부터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방문했다고 상담사에게 말씀드렸다.



상담사는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너무나도 명확하게 자기 의사를 깔끔하고 이해하게 쉽게 말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끝에 선택이 포기가 아닌 한 번 더 시도해 보자 그리고 나서 다시 선택하자는 현명한 선택에 칭찬한다고 했다. 나는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던 일이여서 잘 정리해서 말할 수 있던 거 같다 하며 칭찬에 머쓱해하며 웃어 넘겼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나와 대화할 때 종종 놀란다. 이 부분이 아직 낯설고 민망하다. 왜냐면 난 살면서 다른이들에게 그다지 내 내면에 대해 칭찬받은 적도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생각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나의 외모만 보고 그것에 대한 칭찬과 시기 질투, 뒷담화를 듣는 게 익숙했다. 그래서 나의 삶의 태도나 나의 말솜씨, 생각 등을 칭찬받는 일엔 익숙치 않다.



상담을 받으며 상담사에게 요즘 너무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만 하며 정신없이 하나씩 쳐내 가기만 하다가 내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바로 잠들어야 하는 일상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것에 대해 상담사는 자세히 묻기 시작했고 꼬리의 꼬리를 물며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의 단서를 찾았다. 숨겨져 있던 단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게 되면 내 고양이 레오에게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것에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무의식적으로 전혀 상관없는 바쁜 일상에 대해 불만의 화살을 꽂은 것이었다. 상담사는 고양이에게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고, 나는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부터 결심했던 것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끝까지 지킬 것이고 무한히 사랑을 주고 불안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며 나처럼 살지 않게 키울 것이다’라는 다짐을 했기에 그게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날들이 있을 때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상담사는 고양이에게 왜 그렇게 해주고싶냐고 나에게 물어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내가 받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과 관심, 애정, 신뢰등을 주고싶고 느끼게 해주고싶어요. 외롭지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상담사는 나의 말을 듣고 약간의 의아함과 신기함이 든다고 하며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받고 싶은 게 있으면 받으려고 애를 쓰지 누군가를 데려와서 자신이 받고 싶은 걸 주려고 하지 않아요, 반대로 오히려 주려고 애쓰는 건 무언가 마음의 이유가 있을 것이예요.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고 다음에 얘기해줄래요?" 라고 하셨다.



이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사실 난 20년 가까이 차라리 내가 모든 불행을 다 가져갈 테니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뭐랄까… 어차피 나는 버린 카드이니 아직 기회가 있는 카드들에게 행운이 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왜 내가 가지려 하지 않고 모든 걸 다른이들에게 주려고 하는 걸까? 아직 내 마음의 소리를 찾지 못했다. 이제부터 나와 상담사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나를 찾고 회복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세상이 내 편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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