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더 알고 싶은 마음

알맞게 익어가는 중 : 장과 함께

by 영지


- 장을 담그고 싶어!


나는 하루에 한 끼라도 쌀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밥사람'이다. 빵이나 면 등 밀가루가 주 재료인 음식은 어쩐지 음식이(더 정확하게 말하는 그 음식의 기운이) 배에 들어앉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몸이 조금 붕 - 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덩달아 마음도 그렇다. 윤기가 도는 쌀밥 앞에서는 사르르 함박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먹고 나면 든든한 기운이 배에 들어서면서도 몸은 가뿐하다. 내가 좋아하는 쌀, 쌀이 어떻게 내 앞에 오는지 궁금해 한 해쯤은 벼농사를 지어보고 싶다고 생각 중이다.


스무 살부터 연애 생활을 부지런해 해 왔다. 맛있는 것을 먹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좋은 곳에 가는 것은 충분히 많이 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좋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평범한 일상 속의 그의 모습이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엇을 마시는지,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는지, 여념 없는 잠에 빠진 풀어진 표정은 어떨지, 낫낫이 궁금하다. 어느 때부터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단순한 이유, 그 이유로 장을 담그고 싶었다. 나는 어떤 음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니까. 간장과 된장은 한식에서 빠짐없이 사용하니까. 발효라는 과정을 거친 이 대단해 보이는 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무엇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걸 실제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장을 담고 싶다는 바람에 따라온 것은 왜 어려운지에 대한 이유들. 장을 담그려니 일단 항아리가 있어야 했다. 또 항아리가 장이 잘 발효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야 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온 것처럼 송홧가루가 날려서 장맛의 오묘한 비법으로 작용하는 장소까지는 아니더라도,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우리 집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것에 폭 빠져서 주변에 옮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 덕분에 장을 담글 기회가 곧 왔다. 동료 썸머가 자기가 사는 빌라에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썸머의 빌라에는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인지 한 편에는 장독대가 있다고 했다. 세상에, 기회가 왔다. 썸머는 더 나아가 항아리를 빌려보겠다고 했고 빌라의 반장님은 흔쾌히 장독을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썸머와 나, 그리고 친구 무민까지. 한 번도 장을 담아본 적이 없는 우리는 그렇게 생애 첫 장 담그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야호!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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