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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씨네 Oh Cine Dec 03. 2018

오씨네 영화리뷰 <영주>

벌써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사랑이 필요한 아이. 영주.



<영주, 2017> (스포없음)



우선 너무 좋은 영화다.

왜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하루에 1~2회도 상영을 안해주는지 예매할 때마다 CGV가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 들어오면 이해가 된다. 200명 남짓 수용가능한 상영관에 어림잡아 10명도 채 앉아있지 않다. 그나마도 아트하우스가 있는 영화관이라 한 회라도 상영을 해주는 것이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의 스크린수를 줄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처사다.

우리나라에서 흥행영화가 되려면 우선 스타배우가 출연해야한다. 그래야 투자를 많이받아 큰 버젯으로 제작이 될 수 있고, 버젯(제작비용)이 크다는 자체가 관객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케팅도 제작비가 몇백억이랍니다, BEP가 몇백만입니다. 대작이라더라. 우와 대단한 영화구나. 보러가자. 이렇게 느끼게되는 환경이다. 따라서 영화의 내용보다 캐스팅이 훨씬 더 중요하고 금상첨화로 스토리까지 좋으면 군중심리가 작용하여 이른바 천만영화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추측이 아니라, 예전에 우연히 업무적으로 만난 메이저 영화 카메라 감독님께 직접들은 현실적인 얘기다. 한 편 유럽에서는 작품성이 있는 영화, 이를테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는 안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품성을 중시하는 관람문화 덕분에 관객들의 영화 선택 폭이 넓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어떤게 옳은 지는 감히 판단할 수 없다. 가볍게 웃는 영화가 좋은사람도 있고, 물괴가 귀여운 사람도 있고, 영상미만 예뻐도 좋은영화라 느낄 수 있으며 마블리의 핵주먹 하나면 그걸로 충분한 관객도 있다. 누구도 관객들에게 "작품성 위주로 영화를 고르세요." 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취향'이란건 있어야 한다. 본인 인생의 2시간 남짓을 투자하는데 남들이 많이 본다고 1위 영화를 그냥 택하여 흘려보내는건 얼마나 아까운 낭비인가. 관객들이 직접 만드는 독과점 스크린문화에 대하여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긴 글을 누가 끝까지 읽겠냐는 생각에 주제넘은 푸념을 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19세, 영주는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소녀가장으로서 사춘기 동생과 단 둘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뭉치 동생의 잘못으로 집 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분노에 찬 영주는 부모님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피치못할 사고로 아이곁을 떠나는 것 조차 남겨진 아이에게 죄를 짓는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되기란 참 무섭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막대한 책임감을 견뎌내는 사람들이기에, 아이로 인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김향기 배우.
아역으로 데뷔한 그녀는 어느 덧 연기경력이 13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단순 아역배우의 느낌을 넘어 이 작품을 통해서 성인 연기자로서의 발돋움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청룡영화상에서 <신과함께>로 여우조연상을 받을게 아니라 <영주>로 여우주연상을 받는게 맞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주의 떨리는 감정을 잘 표현해준 연기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




유재명 배우.
최근에 좋은 영화들을 많이봤다.
그 영화들속에 유독 유재명 배우가 많이 출연해주셨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고, 관객으로서 그저 감사함을 느낀다.
친숙하지만 작품마다 색다른 인물을 그려내는 매력적인 배우다.




이 영화는 올해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중 하나인 <살아남은 아이>와 많이 닮아있다. 유사한 사건을 다뤘지만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영화라 신선했다. 특히 김호정배우의 역할이 주요했다. 엔딩 장면이 하루종일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여운이 깊었다.


"영주는 좋은 어른이야."

"그리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야."

"영주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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