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권태에 대한 공감.
새 것은 결국 헌 것이 된다.
헌 것도 처음엔 새 것이었다.
어쩌면 권태는 피할 수 없는 사랑의 필요조건이다.
결혼 5년차 부부인 마고(미셸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는 아이는 없지만 둘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가끔 말장난을 심하게 하기도 하고, 꾸밈없는 내츄럴한 모습에 서로에 대한 신비감은 사라졌을지라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사랑이라 굳게 믿고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고 앞에 대니얼(루크 커비)이 등장하고, 첫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끌림에 마고는 갈팡질팡 자신의 감정을 혼동하면서 내적 갈등을 시작한다.
쓸쓸함이 짙게 묻은 로맨스.
영화는 시종일관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혼과 부부생활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블루 발렌타인>과도 닮아있지만 이 영화는 새롭고 달달한 설렘부터, 평온하고 안정적인 부부의 사랑까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랑들을 빈틈없이 담아냈다. 그러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관객은 대부분 뭔지 모를 공허함을 느낄 것이다. 등장인물 그 누구도 별 잘못은 없어보인다. 인물 간 갈등이 고조되지도 않는다. 그들끼리 혹은 개인의 내면에서 서서히 엉켜버린 실타래는 잘라내기 외에는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대책없이 막연한 기대감.
사랑이라는 불완전한 것에,
대부분은 그 안에서 안정감을 찾길 원한다.
막연한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그 커다란 상실감에 마음은 상처가 아물면서 성장한다.
영화에서 수십년 후에 샤워 물장난을 고백하려했다는 루의 대사가 더욱 가슴 아프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대니얼의 집을 서성이며 망설이는 마고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초점을 잃은 채 대니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감정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신기루같은 것인 지, 공허한 덧없음이 느껴진다.
아역배우 출신, 세라 폴리의 연출력.
미셸 윌리엄스의 대체 불가능한 '마고' 배역의 탁월한 연기력이 어쩌면 전부로 보이지만 감독의 섬세한 표현력이 모호한 '마고'의 심리상태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압권은 후반부에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면서 두 사람의 변화를 표현하는 장면이다. 결국 뻔하게 빙빙 돌아가는 사랑을 표현하는 듯 빠르지만 생동감있게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놀이기구 안 마고의 마지막 눈빛과 함께 흘러나오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음악이 귀에서 맴돌며 쉽게 빠져나가질 않는다. 엔딩숏은 1967년작 영화 <졸업>의 마지막 버스에서 두 사람의 불안한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과 유사하다. 이제 앞으로 어떡해야할지 막막한 느낌은 유사하나 <졸업>의 두 사람은 불안한데 반해 '마고' 는 조금 여유가 생긴 듯 보였다. 실패한 사랑이 주는 성숙함과 경험이란 것이 저런 표정을 만드는걸까. 여운이 남는다.
8년 전 영화지만 여전히 현실감있다.
제목을 짓기 참 까다로운 영화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원제 'Take this waltz' 보다는
한국번역 제목 '우리도 사랑일까' 가 조금 더 어울린다.
예전에 어렴풋이 본 듯 안 본 듯 했던 이 영화를
2019년 첫 영화로 꺼내본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마음대로 살면 행복할 것 같지? 삶은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다 메꿔가며 살 순 없어."
"같이 살면서 다 아는 얘긴데, 무슨 대화가 필요해?"
"30년을 기다렸다면 아마 더 힘든 시간이었겠지."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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