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남길 그 거대한 족적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그것은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같다. 흔히들 천륜이라고 한다. 물론 부모와 다르게 국가는 내가 선택에 의해 바꿀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듯이 부모로부터 길러져야 하는 내 생에 초창기의 삶은 모두 이곳 한국땅에서 경험하고 성장했으니 낳아준 정보다 길러준 정이 더 크단 말처럼 대한민국이 날 그렇게 길러줬고 그런 대한민국을 부모처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다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실체가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것을 땅으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로 봐야 할 것인가 주권이라고 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으로 봐야 할 것인가 이러한 해묵은 논란을 이곳에서 말하고자 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나는 실체가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즉, 국가라는) 존재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공동체라고 (혹은 그 공동체가 가진 공동 가치관, 의식 등) 생각하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사실 신생 국가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부하고 있고 이 땅에서 변함없이 우리의 민족성을 지킨 채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실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인해 생겨난 국제정치학적으로 봤을 때 신생 국가다. 독립을 위해 무수한 투사들이 피, 땀, 눈물을 흘리셨고 마지막에 국내 진공작전이 무산되는 바람에 지금도 미국의 원자탄 때문에 독립이 얼떨결에 돼버린 나라라는 무시를 받기도 하지만 역사의 모든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UN 덕분에 (혹자는 UN 때문에, 제국주의 때문에, 미제 때문에 라고 하기도 한다.) 남한 단독 총선거를 치르고 대한민국이 탄생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신생 국가가 공산주의 야욕에 공격당했을 때 16개국의 전투병력 파병, 6개국의 의료지원 비롯한 38개국 전투물자 지원으로 겨우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Trailblazer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사람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는 폭삭 망했다. 미국 말고는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없었다. 미국이 만약 그때 전 세계를 집어삼킬 야욕을 가졌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였는데 브래튼 우즈 체제에 의한 세계 질서 재편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도 신생 국가로서 선택지가 있었는데 바로 이 미국의 브래튼 우즈 체제에 편입되어 자유시장경제를 일으키기로 한 것이다. 김일성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노선과 다른 길을 선택하여 부침이 있었지만 결국 그 길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두 번째 Trailblazer, 세 번째 Trailblazer는 논하고 싶지 않다. 정치적인 얘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사실 의견이 분분 할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2021년 21세기 대한민국의 Trailblazer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기사에 그분이 자신의 자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말로 5조라는 말을 했을 리 만무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 지분과 그가 100% 지분을 소유한 케이큐브 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 지분을 더하면 약 10조에 달하고 절반이라고 했기 때문에 5조라고 한다. 자세한 기부 내용은 그가 말한 대로 서약과 기부 방식이 정해져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님 집안이 독립운동, 신흥무관학교 창설을 위해 지금 가치 600억의 전 재산을 바친 일 이후엔 정말 이 정도 자산 규모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선 기업가는 거의 처음 본 듯하다. 물론 많은 기업가, 연예인, 정치인 등이 상당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분의 사회 환원 약속은 기존의 것과 완전 결이 다른 21세기 대한민국이 미국과 같은 기부 선진 문화 반열에 오를 첫걸음을 뗀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분은 본인이 창업 1세대라는 것이다. 창업주. 재벌 1세. 그 어떠한 재산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낸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 환원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핵심이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재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대기업 중 자녀들에게 경영 승계를 하지 않았던 기업은 적어도 지금까지 없었다. (재벌 기업의 경영 승계가 꼭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6.25 전쟁 직후 생성되고 발전되어 온 수많은 대기업들이 실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배하고 부흥을 일으켰으며, 지금의 IT 1세대들이 후발주자로 대기업의 반열에 들어섰고 아직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여전히 그 1세대들이 경영 일선에서 이 회사들을 이끌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과 젊음은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승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그렇기에 IT 1세대의 다음 세대들이 경영 일선에 등장할 때쯤엔 기존에 재벌 기업들의 관성처럼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겠거니 하는 것이 아마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공동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혀있는 선입견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이가 바로 김범수 의장이다. 최근 그의 이름으로 나왔던 기사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마치 기승전결(起承轉結) 과정처럼 그의 친인척 증여, 자녀 증여 이야기는 승(承)의 과정이었고 재산 절반 사회 환원이 비로소 전(轉)이었던 것이다. 이제 앞으로 그의 사회 환원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지 결(結)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나는 매우 희망적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의식 구조가 대변환 되는 것이다. 그가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그의 행태를 욕했다. 자녀 승계가 시작된다는 둥, 가족 기업으로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는 둥. 댓글이 우리나라 공동체 의식을 대표하지 않고 그들은 사실 자신이 주류라고 대단히 착각하는 가장 비주류의 하위문화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시할만한 일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조차 합리적 의심 수준 내에서 지금까지의 재벌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증여한 배경을 충분히 들어서 알았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 수준에서 머무르는데 그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에 신문에선 그의 기사와 함께 그가 평상시 즐겨 읽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가 소개되었다. 그 시는 나 역시 평상시 즐겨 읽던 시로서 내 삶의 지표가 되는 시이기도 했기에 마치 문학적 감수성이 공명을 울린 것 같이 그의 진정성이 한순간에 증명되었다. 여담으로 문학의 힘이 위대한 것은 바로 이러한 감수성을 진정 느낄 수 있는 자라면 진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데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명사들은 책의 내용을 많이들 인용한다. 내가 읽은 혹은 읽지 않았지만 리스트에 올려놓은 책의 내용을 인용한다면 더욱 공감되는 것이다. 그가 언급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를 소개한다. 뜻을 더욱 깊이 음미하기 위해 영어 원문으로.
What is Success...
To laugh often and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eciation of honest critics & endure teh betrayal of false friends.
To appreciate beauty.
To find the best in others.
To leave the world a little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To know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That is to have succeeded.
-Ralph Waldo Emerson
미국의 위대한 시인인 그의 기준에 성공은 재벌이 아니다. 저러한 기준으로의 성공이라면 범인(凡人)인 나조차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없고 빚만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나의 급여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여건이 되는대로 기부를 해왔는데 어느 날 보니 기부금이 3천만 원이 넘었다. 5조 원대의 기부자에겐 새발의 피도 안될 기부금이고 게임스탑 주식과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영끌해서 벼락부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 볼 땐 빚이 있는 사람이 기부했다고 하면 빚내서 기부했냐고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기부하지 않았다고 빚이 없을 린 없기 때문에 빚만 있는 사람보단 빚이 있었도 기부를 적당히 한 사람인 지금의 내가 좋다. 그것은 내가 바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살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러한 결정은 내 아내와 자녀들도 동행해주었기에 가능한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김범수 의장의 선택이 진심이라는 것이 대번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이 선택과 결심을 댓글로 또 비난하면서 선한 의도를 깎아내리려는 그들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의는 말싸움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오직 행동에 의해서만 이뤄진다. 사실 진정한 이 시대의 주류는 수면 아래 조용히 실천하고 있는 실천가들이다. 김범수 의장의 정의도 이제 곧 행동으로 분명히 이뤄질 것이다. 그가 21세기 대한민국의 Trailblazer로서 쏘아 올린 탄환이 곧 캐캐 묵은 대한민국의 반재벌 · 반기업 정서, 식민시대와 전쟁, 군사 독재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내재된 민족적 방어기제를 깨버릴 것이다. 영웅을 미워하는 나라. 누군가를 칭찬하고 추앙하고 존경하며 나아가기보다는 그럴 가치를 지닌 존재를 미워하고 험담해야지만 속이 시원한 나라가 이제 변화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수많은 영웅은 자신을 드러내기 두려워했고, 걔 중엔 영웅의 탈을 쓴 빌런(Villain)이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단순히 그들의 행태 때문에 사회가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김범수 의장의 선한 의도를 가슴 깊이 공감하고 그와 동행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의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들일 것이기에 대략 환경, 빈부격차, 질병, 인권, 인구 등의 문제를 아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가 소아마비를 지구 상에서 박멸하기 위해 머랜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변(똥)에서 수분을 채취, 깨끗한 물로 만드는 엄청난 시스템을 만들어낸 사실. 게다가 지구 상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인 원자력을 더욱더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한다. (빌 게이츠가 원자력 마니아인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원자력만이 지구의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데 매우 공감하고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이 위대한 발걸음에 동행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나도 나름대로 환경, 인권, 인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하여 노력해왔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였을 것이다. 김범수 의장이 Trailblazer로서 제시할 방향이 너무 궁금하다. 그 방향에 나도 동참한다면 내 능력이 더욱 잘 발휘될 것이고 직 · 간접적으로 이 변화의 시대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의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그것은 역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국제정치, 분쟁 관련한 학문을 공부하다 보면 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즉, 과거에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서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마치 똑같이 전쟁의 길로 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 인간은 그 문제를 해결해 낼 것이다.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지구의 미래가 걱정된다. 하지만 그러한 디스토피아는 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인간은 그 문제를 인식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미한 퍼즐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선한 영향력은 미래의 지속 가능한 환경이라는 거대한 명작(masterpiece)에 채워질 조각이 될 것이다.
미미한 퍼즐 한 조각에 불과해도 동행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자.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보자. 말로 떠들기만 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간단히 무시하고 반드시 행동으로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김범수 의장이 쏘아 올린 변화의 탄환과 함께 뚜벅뚜벅 나아가자 다짐한다. 첫 번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다. 빈 수레가 요란한다든지,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든지 하는 말들은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지혜 있는 척할 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우리는 상생하기 위해 존재하지 대립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생할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데 지금의 사회는 모두 다 극단으로 치닫는다. 나와 나의 세력이 아닌 모든 세력은 적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싸워서 나의 세력만 남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화와 상생의 기본은 지식이다. 지식을 나누고 그 안에서 정반합의 과정으로 상생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다. 김범수 의장은 그렇게 논의하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재화라는 것을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것이다. 이제 든든한 총알이 준비되었으니 우리는 깨어있는 자로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은 이제 대변화의 기로에 섰다. 작은 천재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변화에 선구자가 돼주었다. 그가 십자가를 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있는 무표정이지만 진지하고 뚝심 있어 보이는 라이언처럼 그도 그 길을 걸어가고 감내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모세의 팔을 들어줬던 아론과 훌처럼 그도 그의 팔을 들어줄 사람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건 깨어있는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떠한 권력도, 부도, 명예도 창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 야망이 아니라 선한 지구 시민으로서 걸어가는 길이다. 아무리 부자가 자녀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준다고 하더라도 그 자녀가 발 딛고 설 지구가 없다면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 모두 자녀에게 재산이 아닌 지구를 물려주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지구를 물려주는 것은 재벌 혼자서도, 나 같은 범인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동행해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이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를 배경으로 그가 가진 무기(재산)를 들고 우리들에게 손을 내민다. "너! 나의 동료가 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