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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Mar 31. 2023

[이직은 처음이라 1]

너무 어려웠던 10년차의 첫 이직기

2012년, 재미있는 일을 하고싶어서 한 조직의 창업멤버로 합류했다.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란 무언가 제 손으로 기획하는 일, 그리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재미있게 일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 우리만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매 순간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매니징 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함께 일하는 멤버들, 협업했던 크리에이터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갔다.


2018년, 창업했던 조직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업을 준비하던 중 좋은 기회로 유사한 카테고리의 A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A 스타트업은 우리의 전문성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공동 대표들을 보고 우리를 인수했다. 공동대표들이 A 스타트업의 사업부 하나를 총괄하게 되었고, 나도 같이 합류하여 사업부 직할에서 프로젝트들을 관리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내가 재미있게 잘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여러 유관부서와 일을 하게 되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작은 조직에서는 다소 투박하게 소통했다면, 되게 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프로젝트가 잘 완수될 수 있도록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들을 찾았고, 사업부의 KPI 달성을 위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협업하는 스킬을 배웠다.


2021년, A 스타트업에 처음 인수되었을 때 내가 서포트 했던 대표가 기획조정실 산하의 기업문화본부로 발령받았다. 나는 계속 자회사 사업부에 남아 담당하던 업무를 하던 중, 발령 받은지 1개월쯤 뒤에 “안 되겠다. 너 와야겠다.”는 얘기에 기획조정실 직할로 발령 받았다. 기획조정실에서는 각 기획조정실 부서의 주간 업무 관리, 그리고 기업문화본부의 과업들을 관리했다. 21년 말쯤,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A 스타트업이 업계 강자들을 인수하고 사업 개편을 하는 PMI 과정이었다. 사업부와 기획조정실에서 쌓았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각 회사간/조직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일이 되게’끔 만들기 위해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PMI TFT 회의체를 관리하고 통합을 위해 필요한 외부/내부 구성원들과의 협업을 위해 업무 조율 및 조직 개편 과정에 참여했고, 조직명은 Culture&Comm그룹으로 변경되어 조직문화 전반의 업무들을 수행했다.


2012년 5월부터 시작한 나의 사회생활(창업 멤버로 시작했지만)이 10년 정도 이르렀을 때였다. 처음 창업 멤버로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모든 것이 좋았다. 2018년 새로운 조직에 편입되었을 때부터 어려움이 시작했다. ‘조직 문화’라는 게,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었을 때는 그렇게 중요한 지 몰랐다. 새로운 곳의 조직 문화는 너무 어려웠고 힘들었다. 수직적이고(수평적인 게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돕지 않았고(부서간 이기주의..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믿고 가야 할 대표는 비즈니스 면에 있어서는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었지만(그 때문에 내가 창업했던 조직이 그 곳과 함께 손을 잡았다) 구성원들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은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이 바빴고,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 때 그 때 해야 할 일들에 충실하다가 작년쯤부터 내적 갈등이 커졌다. 내가 믿고 갈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다른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직? 창업? 이 두 가지의 기로였다.


그렇게 나의 첫 이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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