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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Aug 11. 2020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준 종이 공간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이만든공간 #유현준 #읽는고양이 #윈디캣

건축 창조물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유현준 건축가님의 책이다. 부제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접근하는데 해답이 너무 쉽게 초반부에 나오는 듯해서 김이 새기도 한다. 하지만 그 근거를 건축의 역사와 인류학적인 부분으로 풀어내기에 가치가 있는 독서였다.  소개에도 언급되어있듯 사피엔스+총균쇠 느낌이 난다. 유현준 작가님은 글을 참 요목조목 잘 쓰시는 분이시다. 단순히 읽기 쉽게 적는다는 느낌보다는 생각의 흐름으로 논증이 이어져 읽는 사람에게 잘 정돈되어 전달되는 느낌이다. 난 처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유일하게 알아봤다 신이 났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세 유명해지셨다. 첫 TV 강연에서 떨고 계시던 작가님의 모습은 이제 없는 듯 한다.

이 책에는 코로나 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예전부터 예견된 듯한 느낌으로 공간의 이야기를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이어낸다. 그리고 미래 사회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그래서 난  책이 조금은  완벽한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인문학책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급히 튀어나온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작가님은 1년 내에 이 급했던 책에 담지 못한 더 깊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실 것 같다.


현재 내가 사는 도시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도대체 이 수많은 새 아파트에 누가 살 게 될까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아파트들의 풍채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그것은 바로 단절이다. 새로운 아파트들은 마치 성처럼 커다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입구에는 경비업체가 차단문을 컨트롤 하고 있다.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면 그 아파트만의 내부 도로들이 펼쳐져 있고, 아파트 주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들이 있다. 작가님이 책에서 말한 동서양의 융합이 이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아파트들의 모습에서 좋은 것은 버리고 나쁜 것 만 받아들인 씁쓸함이 느껴진다. 동양의 자연과 융합된 건축이 각자의 공간, 그리고 한 무리의 공간으로 쪼개어진 모습이다. #우리동네 라는 단어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는 필요 없게  지도 모른다.


작가님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공간의 모습은 더욱더 서로 , 그리고 계층 간의 담을 쌓아갈 것이다. 우리는 함께 농사를 짓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어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아파트 단지 하나하나는 적당한 크기의 성 모양으로 듬성듬성 자리잡힐 것이고, 그 속의 사람들은 더는 다른 성의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곳에 국가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결국에는 하나의 성이 하나의 국가가 될 것이다. 많이 비약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책 제목에 두 번이나 자리 잡은 공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간 안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더욱 안전해지지 않는 이 상황.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간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3차원 공간을 떠나 웹상의 무형적 공간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마치 시소처럼 우린 서로 멀어질 것이고, 그에 반해 또 어떤 면에서는 가까워질 것이다. 이제껏 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건축은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해온 일이다.  행위 속에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건축과 함께 인류가 어떤 문화를 쌓고 융합해왔는지를 이해할  있다면, 세상만사가 갈등과 융합으로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질지 예측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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