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그들이 유명한 진짜 이유
우린 왜 비틀즈를 좋아할까? 그들의 음악을 듣자마자 전 세계 사람들이 “바로 이거야,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재 예술가들이야”라며 무조건적인 찬양을 하게 된 것일까? 왜 그들이 유명해졌고, 다른 모든 유명인들이 유명해진 방법에 대해 고찰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만, 유명해지는 데에는 법칙 같은 게 없다. 운이라는 요소가 절대적이라는 내용으로 이 책은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만으로 이 책을 요약해버리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 책에 숨겨진 진짜 ‘유명해지는 방법’에 대한 비밀이 아쉽다. 유명해지는 방법은 존재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뒤 내린 결론이고, 충분히 이 내용을 토대로 행동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 비법으로 유명해진 사람들과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
얼마 전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유명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실사 영화인데 제작 단계에서부터 수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비난 리뷰가 넘치며 망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 감독은 지나친 충성 팬층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영화를 망하게 했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리뷰 영상과 분석 영상을 보면 영화를 보지 않은 나조차도 납득이 되었다. 왜 그렇게 욕을 먹는지. 그리고 그 영화 제작사가 천만 영화를 몇 개나 만든 제작사이며, 이를 바탕으로 그 제작사의 대표작 신과함께 천만 영화 시리즈와 이번 전독시를 비교해 보면, 이 책 속 ‘유명해지는 비법’과 현재 그 방식의 위태로움이 잘 설명되는 것 같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과함께는 유명한 영화다. 하지만 좋은 영화인지, 재미있는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 나는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며 어리둥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영화를 왜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하지?’ 이후 세월이 흐른 뒤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본 영화가 내가 생각한 평가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유명하다는 것이 훌륭하다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당시 플랫폼, SNS, 방송 등 획일적인 형태의 리뷰를 보았을 때, ‘유명하다’는 것은 오히려 껍데기에 치중한 마케팅의 결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초반에 뮤직랩(MusicLab)이라는 실험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서로 정보가 단절된 상태에서 평가하는 것과 서로 다운로드·좋아요 등 취향적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평가하는 것의 차이를 실험하는 내용이다. 만약 우리가 ‘유명하다’는 것이 ‘훌륭하다’와 동의어거나 유사하다면, 이 실험의 결과는 당연히 동일하거나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정보가 단절된 사람들은 진짜 자신의 취향으로 음악을 평가했지만, 정보가 공개된 사람들은 이미 나온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취향을 맞춰냈다. 즉, 초기 다운로드 수·초기 좋아요 숫자가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 쉽게 추론할 수 있듯, 우리가 ‘유명하다’고 느끼는 것은 ‘유명해 보이게 만드는 마케팅의 덫’에 걸린 것이다.
신과함께는 초기 엄청난 극장 점유율과 미디어의 무차별적인 찬양, 실제 관람객들의 눈물 어린 리뷰를 폭발적으로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러한 정보에 휘둘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각자의 이유로 극장을 찾아 영화를 챙겨 보았다. 영화가 조금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일치하도록 평가하거나 침묵했다. 그렇게 묘한 기류 속에서 ‘천만 영화’가 탄생하는 걸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국인들이 영화 엽문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열광하는 걸 지켜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며 ‘유명하다’는 걸 강요하고 ‘유명해 보이게’ 만드는 마케팅이 엄청나게 증가한 탓에, 이제 ‘유명하다’의 의미가 희석돼버렸다. 그래서 스스로의 취향과 평가를 남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평가자들이 많이 생겼고, 그 수많은 평가들이 유튜브 같은 개인 리뷰어들에 의해 폭넓게 확장되면서 자신의 평가와 일치하는 의견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심리적인 안심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제작사는 예전 방식대로 ‘유명해 보이게 하는 마케팅’만 하면 똑같이 통할 거라고 착각했다. 적당한 IP를 확보한 뒤 “유명해요 마케팅”을 하면 똑같이 유명해질 거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시대착오였다. 감독은 이미 자기 성장 한계에 갇혀 대중의 니즈를 전혀 읽지 못하는, 유명하기만 한 ‘성장하지 못한 감독’이 되어버렸다.
음원 사재기 역시 이 법칙으로 보면 설명된다. 초기 다운로드 횟수가 사람들에게 ‘유명해 보이는 덫’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지속적인 클릭을 불러오는 것이다. 유튜브의 ‘인기 급상승 동영상’ 기능이 최근 사라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기 급상승이라고 해서 눌러보면 뭐가 그렇게 인기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조금 자기 취향 판단력이 낮은 사람들이 “오~ 이거 유명하다니까 나도 알아둬야겠다” 하고 후에 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하지만, 막상 아무도 모르는 상황.
모나리자, 밥 딜런, 비틀즈 등 많은 유명한 것들이 ‘사기성 마케팅’으로 유명해졌다는 내용을 다룬 책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의 심리적인 부분이 절묘하게 운과 맞아떨어져, 그것들이 가진 보편적인 탁월함과 출중함을 뒷받침하는 스토리, 숨은 공로자들, 운명 같은 만남들에 의해 유명해진 것이다. 이후 그러한 ‘운명의 심리적 효과’를 알게 된 사람들이 플랫폼 마케팅 초기 시장에서 재미를 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유명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유명하다는 건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뜻이니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진짜 ‘진검승부의 시대’가 온 것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대중의 취향 통일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성공을 통해 따라오는 이득의 크기 역시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줄어든다’는 것은 기업 단위의 대규모 작품에 한한 것이고, 개인 단위에서 본다면 여전히 큰 규모다. 즉, ‘작게 유지하면서도 그보다 크게 성공해야 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힌트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 전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 혹은 팀이 성공하고 싶어 하는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건 도대체 뭐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도 누군가에 의해(기획사, 소속사, 유명한 타인, 꼼수 인맥) 유명해질 거라고 기대하는 생각은 도대체 몇 년을 뒤처진 사고방식일까? 가만히 돌이켜 보자. 당신의 성공에 대한 열정이, 혹시 남의 성공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더 이상 남의 무대에서 조연으로 서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당신의 무대를 직접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