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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Jan 24. 2020

소년이 온다 - 한강

기괴함으로 풀어나가는 역사

#소년이온다 #한강 #읽는고양이 #윈디캣

이 이야기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광주 518에 관한 이야기다. 일단 난 현재 광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끌려갔던 옛 상무대(현재는 장성으로 이동) 위에 지어진 상무지구 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나의 직장은 당시 진압 임무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이 지냈던 정비 행가 내에서 근무한다. 구 도청은 현재 아시아 문화전당으로 매주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바로 지난주에도 공연했었다. 공연 때마다 아직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전일빌딩을 바라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는 현재 내가 딛고 서 있는 곳의 40년 전 이야기다.

소설 말미에 전라도 사투리로 막내아들을 잃은 심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밤의 침묵과 고요 그리고 대낮의 총성과 붉은색들. 철저히 짓밟히는 인간성과 끝을 모르는 잔혹성. 영혼의 울부짖음과 남겨진 자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와 메아리 같은 후유증. 한강 작가는 작정하고 이야기의 잔혹함을 적어낸 듯하다. 전혀 인위적이지 않다. 바라본 그대로를 찍어 옮겨 쓴 듯 덤덤하면서도 낯섦이 기괴하다.

얼마 전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여성 동료 한 분이 오시더니 “저도 한강 알아요”라고 이야기하며 기억을 되살리더니 “그 채식주의자 저도 읽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책 엄청 야하잖아요”라고 짧게 평가를 했다. 순간 작게 “그건 야하다기보단 기괴한 느낌 아닐까요?”라고 이야기했더니 야하다고 이야기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의 반문에 부끄러웠는지 홱 돌아 나가 버렸다. 확실히 한강 작가의 글은 나에게 기괴하다.

꽤 오래전 읽을 예정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찾질 못했었다. 직원도 찾지 못해 관내 분실로 처리된 듯했었는데 어느 날 도서관에 가보니 잘 보이는 곳에 직원이 찾아 놓아뒀더라. 그것을 발견하여 대여하였다. 고마웠다. 그리고 되도록 아침과 저녁은 피해서 읽었다. 소설 자체가 너무 무겁고 몰입감이 좋아 자칫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거나 악몽을 꿀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한 번 잡게 되면 아주 가볍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들을, 실제 했지만 수많은 이유로 숨겨져 왔던 이 이야기를. 당신은 과연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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