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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Jan 22. 2020

새롭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병에 걸린 작가

테드 창이 미래에서 던지는 질문들 -숨-

#숨 #테드창 #읽는고양이 #윈디캣

테드 창의 숨

라디오헤드라는 영국 밴드를 좋아한다. 한국에선 그리 명성이 높진 않지만 creep이라는 그들의 대표곡을 들으면 ‘아 그 노래!!’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radiohead 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creep이라는  대표곡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음악적 천재성이 creep이라는 대표성 때문에 드러나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매 앨범마다 골수팬 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음악을 발표하지만 이내 팬들은 그들의 음악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열광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그들의 음악과 함께 성장해간다. 그렇게 그들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얼터너티브 밴드가 되었다.

라디오헤드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는 장르는 ‘대안’ 이란 뜻의 영단어에서 가져온 장르로 90년대 초반 록음악들이 #러브러브 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록음악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개념으로 생겨난 장르이다. 한데 이 얼터너티브를 표방하는 팀들이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보이고 있는데. 초기에는 그런지 락이라는 원초적 펑크 사운드를 보였고, 영국 쪽에선 악기를 정형화시키지 않은 플레이와 사운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일렉트로닉 장르와 접목을 얼터너티브라는 단어를 활용해 장르를 표현한다. 그렇다. 얼터너티브라는 장르는 음악적 장르이기보단 음악을 바라보는 태도와 자세에 대한 장르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이 드디어 그들의 자세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얼터너티브의 대표주자 90년대 너바나와 2020년 빌리아일리시

근래 테드 창의 작품을 몰아보면서 이 작가 역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류라는 것이 느껴졌다. 탁월한 상상력이나 세계관, 표현방법, 시점 등 무엇하나 일치됨이 없었다. 등장인물만 해도 어떤 유사함을 보일만도 한데 그러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매 작품 모두 완성도가 높고, 행여 바로 이해가 힘들더라도 이제껏 작품들에서 쌓인 신뢰 덕분에 이내 그 이야기 속의 깊음을 알아버린다. 이런 창조자는 팬들에게 ‘전 제가 똥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신들에게 한 줄도 보여줄 생각이 없소’라는 신앙을 기어코 머릿속에 심어버린다. 그리고선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지독한 고독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한편 발표에 2년여의 시간이 걸리나 보다.

테드창

SF 소설 장르는 기본적으로 상상과 현실의 고민이 합체를 통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상이란 재료가 과학적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현실적인 준비상태 즉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 #숨 역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질문을 던지고 ‘그리하여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물어온다. 이야기들 속에 특출 난 반전이 있는 게 아닌지라 질문을 던지기 위해 소설을 이용한다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이는 책의 맨 뒤쪽 창작 노트를 읽으며 확실히 확인되었다..
장르의 특성상 SF는 더욱더 얼터너티브(대안)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범위 내에 테드 창이 꽤 넓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고, 실제로 그의 작품을 토대로 영감을 얻은 많은 작가들이 또 켄리 우의 종이 동물원 같은 명작을 만들어 낸 것도 같다. 위 현상은 밴드 음악에서도 관찰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라디오헤드가 어떤 음악적 새로운 시도를 던지면 그 새로운 시도에 폭을 더 넓혀가는 후발 밴드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 ‘숨’ 역시 그런 역할을 할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뒷면

앞으로 어떤 SF영화가 나올 것 같은가? 시나리오 작가들이 또 어떤 매력적인 SF 세계관을 만들어낼까? 난 그 힌트가 이번 작품집 ‘숨’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얼마나 한참 뒤에 작품집을 발표할 진 모르겠지만, 언제가 되었든 주저 없이 다시 집어 들 만큼의 믿음은 벌써 머릿속에 자리 잡혀버렸다. 그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 한 자유의지의 부재,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또 그 반대편에서 자유선택에 의한 평행우주를 이야기한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처럼 결론이 어찌 되었든 난 그의 작품을 다시 찾아볼 평행우주들 중 하나에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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