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재기 뭐가 문제지?

[쓰는고양이 생각] 음원 차트 조작으로 우리가 잃는 것들



난 애플뮤직을 이용한다. 그것도 미국 계정으로 이용한다. 가격이 더 비싸다. 저렴한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도 있지만 이런 선택을 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수많은 이유 중 단연 으뜸은 한국 스트리밍 사이트 차트를 신뢰할 수 없음이 가장 컸다.




사재기 의혹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부터 있어왔다. 그 옛날 80,90년도에도 그런 의혹들은 존재 했었다. 음악산업이 차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이상 사재기의 유혹과 방법은 다양했을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대중가요를 모르면 왠지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초등학교 때 이휘재가 진행하는 #그래결심했어 를 보지 않고 월요일 등교했을 때의 소외감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현재 트렌드로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인 차트 듣기를 하는데, 이 단순한 심리에 의한 클릭이 현재의 사재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마인드고 프로의식이고 나발이고 간에 일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서 차트에만 올려놓으면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클릭하고 알아서 유명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한 영악한 불법 마케팅이다. 어느 정도의 자본만 어떤 기관에 투자해 차트인을 하면 음반 제작에 들어간 투자금을 뽑아내는 건 아주 간단해진다. 아마 제작자 입장에서는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재기 행위가 실재한다면 우리가 손해 보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성있는 차트의 부재
첫 번째,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린 제대로 된 차트를 가질 수 없다. 이 이야기가 왜 중요하냐 하면 우린 그 시대에 걸맞는 음악들을 발굴해내고 그 음악을 부른 아티스트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누구 하나 앞장선 것도 아니지만 들었을 때 #와이노래대박인데 #너도들어봐 라는 순서로 진행되어왔다. 그리하여 그 시대 상황에 맞는 우리를 대변하는 음악을 역사 속에 새겨왔었다. 근데 사재기를 하면 우린 시대에 맞는 음악을 더욱 우월하게 만들 차트라는 무기를 잃게 된다. 한마디로 훗날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추억을 불러올 감성 장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에 의한 맞춤 서비스
둘째, 우린 갈수록 발전해갈 빅데이터에 의한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엉망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로 제대로 된 음악 추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면 50대가 좋아하는 음악, 10대 여성이 좋아하는 추천 음악, 30대가 새벽에 즐겨 듣는 음악 등의 세부 차트가 만들어져 개인별 추천이 가능할 것인데 유령 아이디가 무작위로 만들어낸 데이터는 추후 이런 서비스를 불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의 양이 늘어가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들이 생겨나는데 그 데이터를 오염시키면 당장은 여파가 적을지 몰라도 추후 데이터가 쌓였을 때는 돌이킬 수가 없어진다.



아티스트의 창작욕 저하
셋째,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창작욕이 꺾인다. 더불어 대중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작자들도 엉뚱한 음악 상품을 선보이며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너도나도 사재기 판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콘텐츠의 양을 늘리고, 제대로 된 평가는 콘텐츠의 질을 향상한다. 결국,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질의 하락과 더불어 수요의 감소와 양의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모두의 파이를 썩게 만드는 행위이다.


현재 거론된 가수들은 당연히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진실한 호소를 통해서 말이다. 여기에 대해 지인과 나눈 대화가 있다. 가수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사재기로 차트인 된 것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기본적으로 본인 음악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 자존감이 없으면 창작적 발전을 이어나갈 수 없다. 그 순수한 열정에 누군가 사재기라는 마케팅을 시도하자고 한다면 백이면 백 다 질색을 할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오롯이 음악으로 대중에게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사재기를 하는 것일까? 우린 조심스럽게 제작자들이 아티스트와 협의 없이 사재기를 진행한 것 같다는 결론 내렸다. 투자 금액 회수를 위해서 사재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고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어떤 마케팅을 하든 제작자들의 목적은 단 하나, 차트인을 통한 수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대중적 인기 유지 기간이 짧은 이 시대에 그것만 한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적당히가 없는 사재기?

그렇다면 제작자들도 아티스트들도 바보가 아닌데 왜 그런 멍청한 수치가 나올 정도로 사재기를 하는 것일까? 그것 또한 유추해보면 사재기를 의뢰받은 어떤 단체가 업무에 실패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 번이라는 사재기를 통하면 아이유의 신보를 뛰어넘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차트인을 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는데 실상 해보니 말도 안 되는 수치로 1위를 해버리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아차 싶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일 테고, 공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의뢰 단체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 숟가락만 살짝 먹으려 했는데 그 숟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켜져서 곱빼기를 먹어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입 다물어 버린다. 그러면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것은 아티스트뿐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소속 아티스트들 말이다.


한때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찾아 듣는다면 이 사재기 문화를 없앨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생각을 한 내가 더 순진한 것 같다. 차트는 어떻게든 생겨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비자도 아티스트도 지불한 금액과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당연하다. 통신회사처럼 회원 수만 끌어당겨 오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하다가는 결코 소비자들의 충성 어린 지불을 얻어낼 수 없다. 의혹이 보이는 음원을 철저히 조사해 얼토당토않은 수치가 목격된다면 가차 없이 내려버려야 한다. 그건 음원 플랫폼의 사활이 걸린 아주 중대한 사항이라고 본다. 그리고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현재 유튜브와 해외 거대 플랫폼 사이트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콘텐츠의 질과 추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정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그 플랫폼을 지속해서 이용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 애플뮤직의 코리아 차트에 들어가 보아라. 어느 순간 우리나라 음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뮤직 자체 순위 책정 프로그램 때문인지, 소비자들의 한국 음원에 대한 외면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한국 음원의 숫자가 상위권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이 애플뮤직을 통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고개 끄덕여지는 차트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는 우리 문화를 지킬 의무가 있다. 지불한 금액만큼 좋은 콘텐츠를 즐길 권리도 있다. 올바른 콘텐츠와 그 콘텐츠의 평가로 우리의 문화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단발성 사재기 후 의혹받아 시끄러워지면 ‘조용히 있으면 또 잊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제작자고, 플랫폼이고, 아티스트고 모두의 파이를 썩게 만드는 행위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올바르게 평가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우리 콘텐츠가 가진 힘을 제대로 선보일 수 있고, 그 파이의 크기와 맛을 키워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맛있고 양 많은 파이는 분명 다른 동네에서도 맛보러 찾아올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