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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사람 그릇

다산초당에 가야 할 이유

#다산의사람그릇 #진규동 #읽는고양이 #윈디캣

얼마 전 강진의 다산초당에 견학을 하였었다. 솔직히 목민심서=정약용의 정답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갔지만, 그 범상치 않은 기운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왔었다. 그래서 정약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새로운 책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한 후 대여하게 되었다.

다산초당에서 가이드하신 분께서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설명을 잘해주셨다. 그 짧은 시간의 설명으로(10분) 다산의 초년과 전성기, 천적, 유배, 가족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스토리텔링 되어 귀에 쏙 들어오면서 감성까지 움직이게 하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하신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용과 느낌이 상당히 비슷해서 알아보았더니 저자가 다산초당 아래 위치한 다산 박물관에 직원으로 계신 분이었다. 아마 저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신 것 같다. 저자는 박물관에 계실 것 같은데 그날은 휴관 일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아마 다음에 다시 다산초당에 간다면 저자를 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감히 이야기하는 부분은 우린 정약용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 역시 역사 속 저평가되고(저평가라기보단 관심이 낮음) 그의 흔적들이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다. 다산 초당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수도 있는 게 정말 너무 개방되어 있다. 즉 알만한 사람만 찾아오고 찾아오신 분들 역시 다산을 잘 아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훼손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건지 정말 너무 개방되어 있다. 초당 마루에 앉아 우거진 산 아래를 바라보면 마치 정약용 선생님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왠지 재 평가되었을 때 접근이 가장 빨리 통제될 부분이 다산 초당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전에 자주 다녀와야겠다.

어릴 적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다산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히 다산의 이미지 브랜딩의 여러 부분을 제시해보겠다. 현재 다산은 목민심서라는 책을 기준으로 #청렴 의 아이콘이 되어있다. 공무원 필수 교육에 포함된 단골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아시다시피 #청렴 이랑은 거리가 멀다. 즉 하위 공직자들에게만 강요하는 청렴이다. 어느 이상 오르지 못하는 공직 노동자에게 청렴을 세뇌하는 도구로 다산이 이용되는 느낌이다. (책에도 자주 나오는 표현으로) 다산이 이 모습을 본다는 한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다산이 유배당한 조선 시대는 현재의 대한민국과 소름 끼치도록 비슷한 점이 많다. 다산은 뛰어난 재능으로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당파싸움에 끼지 못해서 불운한 유배 생활로 생을 마무리했다. 과연 자본주의 관점으로 본다면 성공한 위인일까? 그나마 유배 중 적은 저서들이 훗날 재평가되면서 위인의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사람들이 무관심할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다산의 진짜 이미지가 하나 있다. 바로 #자식교육 이다.

다산은 유배 중 자식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했다. 그가 만들어낸 저서들이 자식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폐가로 인해 막힌 자식들 출셋길의 우려로 독서에 대해 여러 번 강조를 한다. 독서법을 알려주고 자신의 제삿날 푸짐한 음식보다는 자신의 책 한 장을 베껴 쓰기만 해도 저승에서 웃고 있을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식들의 독서 생활을 강조했고, 독서만이 기울어진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누어 주는 삶이 주는 가치 등 결국 인생에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편지도 많이 보냈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 매체에서 정약용의 직계 후손들을 보았다. 정약용의 후손들은 사회 전반적인 주요 부분에서 큰일을 하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위대한 유산이 어디 있을까?

난 고향이 포항이다. 다산의 첫 번째 유배지 장기와 가깝다. 다산초당에서 받은 기운을 더 느껴보기 위해 장기의 유배지를 찾아보았는데 이미 가보았던 곳이었다. #장기유배문화체험존 , 지난 추석 바다가 보고 싶어 동해 쪽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되어 들어갔었는데 거기가 다산의 장기 유배지였다. 그 후 몇 달 후 다산의 강진 유배지 다산초당을 가게 된 것이다. 일전의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난 운명론자다. 우연에 어떤 이유를 찾아내려는 사람이다. 분명 내 고향에서 장기 유배지를 간 것과 강진에서 다산초당을 방문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조만간 책 한 보따리 싸 들고 다산초당을 찾아가서 마루에 앉아 종일 책을 읽고 싶다. 어떠한 울타리도 없다. 독서의 힘을 강조한 우리나라 최상급 지성과 나의 사이에 시간을 제외한 어떠한 울타리도 없다. 다산의 흔적이 곳곳에 있는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최고의 도서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독서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꼭 방문해서 수백 년이 지나도 남아있는 다산의 에너지를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