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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Jan 19. 2020

공부의 철학

[읽는고양이 서평] 문학 아래 지배당하는 인간

#공부의철학 #지바마사야 #읽는고양이 #윈디캣

올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가정 하나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글이세상을지배한다 라는 가정이다. 여기에서 글이라는 것을 #문학 이라고 폭을 넓히고, 그 문학의 폭을 ‘인간의 상상으로 창조된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그 폭 안에 소설이 있고, 음악이 있고, 법전이 있고, 성경이 있다고 아주 폭넓게 생각해 나가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치가 언뜻 보이는 것 같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그  폭넓은 문학에 의해 인간들이 지배당하는 모습이 언뜻 보인다. 여기까지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급자에게 결재를 받을 일이 있다. 그리고 그 결재는 결코 쉽지 않다. 상급자의 취향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급자도 상급자가 있다. 그 상급자를 눈치 보는 상급자, 그리고 그 위에 대표 혹은 사장이 있다. 그렇다면 사장이 또 최고 상급자인가? 아니다 사장도 기업 법규에 의해 좌우된다. 하다못해 기업의 신념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로 나라에서 정한 법률에 영향을 받고 그 법률은 또 헌법에 눈치를 보며 만들어진다. 절대적 상급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 끝을 대통령이라 치자면 대통령 역시 헌법에 의해 국민의 투표로 정해진다. 인간계의 상하 관계는 결국 이렇게 돌고 돌아 끝이 없다.

 모든 지배의 고리는 문학이라는 언어를 바라보며 상상하는 인간의 특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유발하라리 도 이야기했던 이 상상력은 인간의 문명을 발전하게도 했지만, 인간이 노예처럼 일하는 것에도 일조하고 있다. 아니 노예처럼 되게 했다. 종이에 쓰인 언어를 보며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고, 안전하다고 느끼며, 대우받는다고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상상해보자면 외계인이 인류를 지배하는 방식을 찾는다면 문학을 통한 통제가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어쩜 언어라는  자체가 외계인일지도—-


이 책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기본 전제로 깔린 언어의 철학적 고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가 ‘냉장고’라고 부르는 단어가 ‘냉장고가 고장 났다’ 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낯선 단어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언어는 언어 자체로는 소리에 불과하지만, 우리를 분류하고, 통합하며, 움직이게 하고, 희망하고, 열망하게 한다. 이 책은 언어를 바라보며 깊이 고찰하고, 어색하게 해석하며 폭을 넓히는 일이 공부라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비교하며,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쾌락에 의한 일시 정시 상태에서 다시 아이러니와 유머를 통해 깊이와 폭을 넓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요약해보니 어려운 철학 책인 듯 하지만, 매우 쉬운 논리로 차근차근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

책의 4장 실천 편에서는 피식 김이 새어버릴 정도로 간단해지지만, 해당 결론을 내기 위한 여정이 너무 가슴에 와 다았다.

만약 위에 나의 가설이 맞는다면 우린 문학 아래 모두가 평등한 노예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해진다. 문학(법, 규정 등)이 너무 탄탄해 더 재창조할 여지가 없다면 힘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그 문학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해석하는 자들에 의해 우리들은 지배당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 해석이라는 틈에 또 다른 무한 반복 고리를 만들어둬야 우리가 문학 아래에서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창조해 위력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지배당하는 사람보다 해석하는 사람이 되고, 해석하는 사람보단 창조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창조물이 위력을 가지게 한다면 그게 바로 지배당하지 않는 인간으로의 권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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