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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Mar 26. 2020

시대는 바야흐로 ‘펭수의 시대’

펭수 중심의 마인드 맵

#펭수의시대 #김용섭 #읽는고양이 #윈디캣

펭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6개월 전 즈음이었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는 짧은 영상들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영상들을 다 찾아보았다. 처음에만 해도 찾아볼 영상이 몇 개 되지 않았는데 보는 도중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라. 펭수 자체 채널도 그렇지만 여러 방송을 넘나들며 출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저 사람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펭수가 아닌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이 걱정되면서 내가 가진 말하는 펭귄을 바라보는 동심은 사라졌다. 마치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무실 이곳저곳에 펭수 캐릭터 모습이 보이는 걸 봐선 사람들은 쉽게 마법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일단 이 책은 펭수와 관련된 모든 것의 이야기다. 펭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지향점 등 정말 작가가 큰 종이 한가운데 펭수라는 이름 하나를 커다랗게 적어두고 어마어마한 마인드맵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펭수와 1mm라도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펭수가 어떤 티핑 포인트를 만나게 되었는지 사람들이 펭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펭수가 앞으로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다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읽어나가기에 깊은 느낌보다는 알고 있던 내용 혹은 얕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기분이었고,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빨리 읽어 내린 책이다. 책이 참 쉽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중학생에게 추천해줘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펭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나가는 꼰대, 환경, 아이돌, 유튜브, 번아웃, 캐릭터 사업, 스토리 등의 이야기들은 실제 책을 읽으며 마케팅 분야를 통해 느꼈던 대부분의 내용이지만 펭수라는 큰 중심 이미지를 통해 읽어나가니 또 새로운 기분이긴 했다. 개인적으로 통계나 숫자 같은 부분은 휘리릭 읽어나가는 편인데 펭수를 통해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기에 이만큼 쉬운 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다못해 책을 싫어하는 펭수의 팬이라면 곁가지로 흘러나가는 지식의 나뭇가지에 넋을 놓고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펭수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 보겠다.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난 EBS가 현재 펭수라는 캐릭터의 모습을 처음부터 기획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담당 PD가 나와서 평소에 어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으며 대기업을 퇴사해서 어쩌고 하는 스토리는 왠지 펭수라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펭수라는 그 펭귄 인형 안에 들어 있는 그 사람한테도 감당할 수 없어하는 벅참, 그것을 느꼈다.

난 펭수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라고 받아들이며 매 순간 매 행동을 해석하는 놀이의 기류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펭수는 EBS에서 사람들에게 던져준 하나의 캐릭터 놀이인 것이다. 매회를 거듭한 펭수의 말들이 논란과 이슈의 영상으로 재탄생되고 펭수는 그것을 해명 비슷하게 한다. 다시 사람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제작팀은 그 이미지를 재빨리 알아채서 펭수의 정체성을 하나씩 하나씩 완성하는 방식 말이다.

작가가 환경문제에 대해 펭수가 입을 열어야 한다는 글로 책을 마무리 지어갈 때 난 순간 #존레논 이 생각났다. 난 기본적으로 존 레넌이라는 캐릭터 역시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낸 커다란 힘을 가진 이미지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고 사람들의 바람을 고려해 행동하고 발언하고 그 발언과 행동들이 영향력을 가지며 대중을 대변해 커다란 무엇인가와 싸우는 이미지 괴물 말이다. 작가는 펭수에게 그런 이미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니 작가는 제작진들에게 세상을 바꿀 펭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 떠나서 난 그 안에 들어있을 사람의 부담감이 너무 걱정된다. 유튜브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속도의 흐름이 유튜브 스타들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서서히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김민아 아나운서를 보면 페르소나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껴진다. 아 가면 속의 외로운 인간들이여)

어쨌든 #펭수의시대 는 펭수 신드롬을 통해 현시대의 흐름과 요구와 미래를 알 수 있는 가볍고 재미있는 책이다. 펭수의 한마디 한마디를 실제 계산을 통해 진위 여부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부분들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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