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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Jun 28. 2020

대가들의 창작법, 그딴 건 없어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글잘쓰는법그딴건없지만 #다나카히로노부 #읽는고양이 #윈디캣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일단 난 내가 만든 창작물의 제1 구독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난 이렇게 적은 서평에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 좋아요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눌러주신 분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으셨을까 생각하며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 만약 좋아요 확인을 20번 했다면 20번 다 읽는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며 즐긴다. 내가 쓴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라고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글을 즐긴다.

비록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수많은 모니터링 작업을 해야 하므로 곡을 만들고 정리하는 내내 듣게 된다. 그리고 매번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을 즐긴다. 만약 즐겁지 않다면  나조차도 즐기지 못하는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슬슬 시작한 영상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작곡의 긴 과정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당연히 내가 즐겁지 않은 글은 남이 좋아해 줄 리 만무하겠지만 말이다. 별 기대 없이 읽은 이 책은 카피라이터로 24년의 세월의 보낸 저자의 글쓰기 비법이 숨겨져 있다. 말 그대로 숨겨져 있다. 책 표지의 말처럼 비법 그딴 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지극히 철학적인 말장난으로 돌려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한 듯하지만 짧게 이야기해보겠다.

당신의 글이 당신의 실제일 필요가 있을까?

일단 비법으로 무엇인가를 창작해 낸다는 말은 거짓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많은 창작자가 이야기하는 비법은 자신만의 창조물이 만들어진 다음에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비법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세상을 떠난 수많은 예술가며, 소설가들이며, 위대한 창조자들을 다 소환해내 인터뷰를 해도 같은 대답을 들어낼 자신이 있다. 실제로 창작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적어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신이여진정이작품을제가만들었습니까 같은 말이 있는 것이다. 이 말을 그저 #나좀짱인듯 같은 허세로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 말은 말 그대로이다. 대부분의 창조자들은 자신이 비법을 통해 발명해냈다기보다는 #발견 해낸 것의 비법을 알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사견으로는 약간의 표절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술술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무의식에 누군가를 따라 했을 거라 자기 의심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몰입의 쾌락


음악을 적으며 때론 글을 적으며 즐겁게 두드리는 내내 기분 좋은 몰입 단계를 거친다. 일단 궁둥이를 붙이고 시작하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이러한 개인적이고 사소한 저항들까지 이 책은 아주 쿨한 글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작법서 들은 다 쓰레기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작법서는 하나의 개인적인 전기이다. 난 이렇게 살았소 와 비슷한 난 이렇게 썼소 란 이야기다.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가지의 작법이 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 해도 남의 작법을 따라 적는 것보다 스스로 읽고 깨우치며자신만의 작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뛰어난 소설가이면서 뛰어난 에세이스트는 있지만 뛰어난 에세이스트가 뛰어난 소설가인 경우는 드물다.’
⠀라는 부분이었다. 잠시 책을 덮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정말 그런 듯했다. 그리고 마치 소설가들은 에세이를 쓰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후에 #김영하 작가님을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감히 추측하자면 소설은 몰입 단계가 눈깔을 뒤집어 뇌에서 굴러다니는 이야기를 적는 것이고, 에세이는 눈앞에 사상을 심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소설을 잠깐 쓰면서 그 몰입을 맛보았는데 진짜 그냥 이야기가 굴러다녔다. 소설 작가는 약간은 더 높은 차원의 신력이 필요한 듯하다.

농담 같지만 진지한 책


오래간만에 작법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계속 그런 비법 따윈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풀어내는 말들이 다 글을 쓸 때 필요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것들인데 쿨한 작가의 글만큼 유쾌하게 읽어졌다. 개인적인 창작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고개가 끄덕이며 읽었고, 아마 작가의 걱정대로 중고서점으로 재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 읽었다.

카피라이터 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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