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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를 자격을 요구하는 시대 청년으로 살아내기

원고응모 낙방글

2016-08-25 오후 선정되길 바라며

올렸던글의 낙방 확인후

나의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파릇파릇, 푸릇푸릇 바라만 봐도 싱그러운 아이들. 청소년, 청년들

하지만, 우리는 존재 자체가 푸른 이들에게 너의 존재를 증명하고, 네 능력을 증명하라며 요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수많은 교육과정들, 스펙들은 푸른 색깔에 빛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색 혼합표의 한가운데 처럼 여러 색을 덮어 씌우며, 까맣게 타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잿빛 청년으로 되어 사회로 나가고 있다.


이렇듯 청년에게 사회에 진출하고 싶으면, 푸르를 자격을 갖추라는 사회는 사회의 구미에 맞게 조정이 가능한 무채색의 청년을 선호한다. 그저 나만의 색깔로 푸르르고 싶어하는 청년은 도태되거나, 울어야하고, 자격기준에 맞춰가며 푸르름을 스스로 포기한 무늬만 청년은 살아남는 아이러니한 시대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그저 싱그럽던 유년,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경쟁으로 점철된 중고생을 지나, 대학이라는 자유와 마주하며 다시 싱그러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로 첫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희망보다 좌절을 먼저 만났고, 나 스스로를 탓하는 순간을 먼저 만났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높음을 실감하며, 그간 나의 안일함, 준비부족을 탓하게 되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 안의 내 고유한 푸르름은 저 멀리 달아나, 나를 떠나버렸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내가 싱그러움을 만끽하던 시간들 마저도 후배들에게는 허락되지 않거나 ,허락되는 기간이 매우 짧아지고 있다.


2008년 여름, 나름 명문대에 졸업 후, 장교로 군생활까지 마치고 사회 출입문 앞에 서서 정중하게 문을 열어달라 노크했다. 묵묵부답하는 사회에 좌절하며, 방 한켠에서 울었던 나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저 몇 번이겠지 했던 좌절의 시간은 반년가까이 지속되었고, 나는 작아져만 갔다. 모두들 이구동성 좋다는 공무원, 그중에서도 고시를 준비하며, 보냈던 1년여의 시간, 그 뒤 부랴부랴 나이라는 스펙에서 밀릴까 여기저기 넣었던 대기업 입사지원서들도 다 무위로 돌아가면서 자부심으로 넘쳤던 나는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작아지다 못해 콩알만 해져 버린 나는

다시 푸르고 싶어서,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사회에 첫 진출하는 청년이 되기 위해서 요구하는 것들을 놓아버리고 다른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좌절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서고 나서야 비로서 나를 되돌아봤다. 사회가 인정하는 일 아니라 내가 진정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내가 취업의 문을 두드렸던 모든 곳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사회복지를 가치로 추구하고 있거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기관들이었다. 결국 나는 아예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고, 사회복지사로 일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대학도 졸업하고, 군대도 다 다녀와서 다른 사람들, 친구들 다 취업할 시기에 무급의 자원봉사만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남부끄럽기도 했지만,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한 병원의 사회사업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낮병원 자원봉사자 활동을 시작하였다. 봉사를 한지, 약 5개월 후 우연한 기회에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계약직 일을 얻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를 향해 열리는 세상의 빛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빛을 온몸으로 받지는 못했고, 손틈 새로 들어오는 희망의 빛을 느끼며, 비정규직으로 2년가량을 더 보냈다. 그제서야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꿈과 내 일자리를 찾아 헤맨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고 안정이라는 바닥에 두발을 딛었을 때, 다시 푸르르고 싶은 나를 발견하였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에 맞춰 푸르를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스스로 푸르르고 싶은 마음이 찾아 푸르름을 입을 수 있었다. 내가 일하며 부딪히는 취약계층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른 학문, 방법론을 찾아서 배우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들을 공모전을 통해 내보기도 하며, 스스로 생동감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8년간 간직하며 현직에 몸담고 있다.


나는 내 경험을 통해서 확신했다. 청년은 사회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반응하며, 속에서 우러나온 나만의 대응방식으로 대응할 때 더 푸르게 탄생한다는 것을


초록 잎을 끓는 물에 넣으면 원래 가지고 있던 초록 보다 더 선명해진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끓이면, 초록 잎은 쭈끌쭈끌해지고 만다. 현재 사회가 청년들에게 주는 자극들을 모두 걷어내, 평탄한 길을 걷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너무 과도한 요구로 청년의 푸르름이 선명해지는 걸 넘어 좌절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싶다.


그 어떤 자격도 내 존재 그 자체를 넘어설 수 없다.

그 어떤 자격도 내 존재 속 잠재력을 모두 가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사회의 푸르를 자격의 요구에 당당히 “나는 이미 푸르르다”라고 이야기하며,

나의 색을 찾길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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