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작은삼촌 댁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할아버지는 작은 삼촌네에 머물고 계셨고,
윤서는 네 살, 윤아는 일곱 살이었다.
어느 날, 작은삼촌 집에서 가족 모임이 있어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버스를 타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귀여운 동생들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숙모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다은아~ 웃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며칠 전 있었던 일이었다고 한다.
저녁 준비를 하던 숙모에게
윤서가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와 말했다.
“엄마~ 나 사탕이 먹고 싶은데, 사탕 좀 사줄래?”
숙모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 윤서야~ 지금 할아버지 저녁 차려드려야 되니까,
할아버지 식사 끝나면 엄마가 사다 줄게~”
그 모습을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던 윤아가 지켜보고 있었다.
동생과 엄마가 쫑알쫑알 무슨 얘기를 하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곧장 뛰어와 물었다.
“엄마, 윤서가 엄마한테 뭐라고 캤어?”
숙모가 답하려던 찰나, 윤서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아~ 김윤아 언니야~ 내가 배가 좀 아파서
엄마한테 약 좀 사달라고 캤어~”
숙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그 조그만 것이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게 말할 수 있는지.
그러더니 내게 조용히 당부했다.
“다은아, 쉿! 윤서 그날 사탕 먹는 거 깜빡했거든.
지금 말하면 또 사달라고 난리 나니까 말하지 마라~”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시절 이야기들을 사촌 동생들에게 종종 들려준다.
그럴 때면 동생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언니야는 우리가 모르는 어릴 적 이야기해 줘서 너무 좋다.
진짜 재밌게 해 준다. 언니야 진짜 보고 싶다~”
… 에이, 가시나들.
그렇게 김다은 언니야가 보고 싶다면서
가족 모임엔 왜 안 나오는 건데?
참, TMI 하나만 더.
생각해 보니, 윤서는 커서도 그랬다.
윤서가 중학생쯤이었나, 나는 명절에 모처럼 쉬게 되어 대구집에 내려와 다 같이 TV를 보고 있는데
윤서가 내 옆에 와서 진지하게 말했다.
“김다은 언니야! 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아이스크림 좀 사줄래?”
…네 살 버릇, 어디 안 간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