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예법, 존중의 길

by 하린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다. 그 부재는 내 삶에 커다란 공허함으로 남았고,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엄마와 남동생, 세 식구가 되었다. 아빠 없는 가정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생활을 해왔다. 할머니와 아빠, 할아버지, 그리고 외가 쪽 어른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보며 나는 일찍부터 사람은 결국 나이가 들면 떠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었고, 마음의 병을 앓던 나는 언젠가 엄마마저 떠나신다면 내가 무너져버릴까 두려웠다.


지금 아빠는 비석 하나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채, 허술한 묘지에 덩그러니 묻혀 계신다. 그래서 언젠가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다면, 아빠를 이장해 화장으로 모시고 엄마와 함께 나란히 안치해드리고 싶다. 엄마는 늘 무덤에 있기 싫다고, 꼭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도 화장해 엄마 곁에 함께 모셔드릴게”라고 말했고, 엄마는 좋다고 하셨다. 살아서는 수십 년 동안 홀로 두 남매를 키우며 살아오셨지만, 죽고 나서는 김준하의 아내, 한정선으로다시 짝을 찾아드리고 싶다. 그것이 내가 엄마를 가장 잘 모시는 길이라 믿는다.


그 모든 경험 끝에서 나는 장례지도사의 길을 택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죽음은 없고, 가볍게 여겨도 되는 죽음 또한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고인을 모독하지 않고, 그가 견뎌낸 아픔과 무겁던 삶, 끝내 다 하지 못한 말까지 존중하며 보내드리고 싶다. 먼저 내 가족들을 잘 모시고 싶고, 더 나아가 고모와 고모부, 삼촌과 이모 같은 친척들의 장례에서도 내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나는 생각한다. 가볍지 않은 삶을 존중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마지막 순간, 예법을 다 갖추어 고인을 온전히 보내드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나는 배우고 싶다. 잘 배워서 장례지도사로서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사업체를 차려 내 손으로 직접 장례를 치러드리고 싶고, 공부가 더 맞는다면 학자의 길로 나아가 장례 문화와 죽음을 깊이 탐구하고 싶다.


모든 삶은 귀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숨을 거두는 날까지, 삶은 각자의 무게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작아 보일지라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 귀한 삶은 존중받으며 떠나야 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곧 우리가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마지막 길을 존중하는 일을 통해, 삶 그 자체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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