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채 작가님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두 시간

by 하린

요즘 장례지도사 공부를 하다 보면, 안승남 교수님도, 이성윤 교수님도 같은 말씀을 건네신다.

“장례지도사를 공부하는 분들은 사주명리학과 풍수지리학을 함께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얼마 전 개명을 했다.

이름을 바꾸기 전, 참 많은 사람들에게 사주를 보았다.

주변에서 잘 본다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오행의 흐름과 이름의 기운을 여러 번 검토받았고,

그 과정을 거쳐 결국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사주와 오행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글쓰기 활동을 하며 미야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글빵수업과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던 시기에

운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님이 쓰신 『부의운 밸런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묘하게 마음이 끌렸다.

마침 개명 직후이기도 했고, 오행에 관심이 커졌던 때라 더 궁금했다.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단톡방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작가님, 책 구매했어요. 다음에 뵙게 되면 사인해주세요.”

잠시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운채 작가님이었다.


“하린씨, 어머… 이 책 나온 지 꽤 됐는데 이렇게 구매까지 해줘서 고마워요.”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작가님은 ‘도화도르’라는 유튜버를 함께 보면 좋겠다며 알려주셨고,

신기하게도 나는 이미 오래전에 구독해 둔 채널이었다.

그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책을 읽고 다시 보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몇 달 뒤, 운채 작가님은 ‘사주명리학, 내 인생의 사칙연산’이라는 클래스를 열었다.

그때 나는 장례지도사 공부를 막 시작하던 시기였고, 당연히 참석했다.

강의를 듣고 책을 다시 펼쳐보니 이해가 훨씬 잘 되었고,

엄마와 친구들, 지인들의 사주도 가볍게 보아주기 시작했다.


가끔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면

“잘 이해하셨어요.”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 주었다.


어느 날, 강의 전에 교수님들 앞에서 작가님의 책을 보고 있는데 교수님이 물으셨다.

“이거 무슨 책이에요?”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친한 작가님이 쓰신 오행 관련 책이에요.”


그러자 교수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장례지도사는 사주명리학 배우면 정말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다만 너무 깊이 파고들지만 말고, 적당히만 배우면 됩니다.”


그 말을 전하고 싶어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려던 찰나,

작가님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하린씨, 12월에 오행 파티가 있는데 올래요?”

나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 작가님! 사실 제가 먼저 연락 드릴 참이었어요. 감사 인사 드리려고 했어요. 교수님들이 작가님 책 관심 가져주시면서

장례지도사들은 사주 공부해두면 정말 좋다고 칭찬해주셨거든요.”


작가님은 한 박자 쉬고 말씀하셨다.

“그럼… 동기분들한테 무료로 강의 한 번 해드릴까요?”


그 말에 나는 잠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정말요? 그럼 제가 원장님께 여쭤볼게요.

교육원으로 와주셔서 동기들에게 강의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작가님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저도 장례지도사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올해 좋은 인연이 생긴다면 저도 너무 기뻐요.”


그리고 결국 그 주말 오후, 운채 작가님은 서초동 교육원으로 오셨다.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준비하셨고, 강의 전날에도 두 시간밖에 못 주무셨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피곤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교수님들이 강조하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시는 모습을 보며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오셨는지 절로 느껴졌다.


그날 강의실에는 장사법규를 강의하시는 김준섭 교수님도 함께 계셨다.

작가님이 말을 이어갈 때마다 교수님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셨다.

오전에 교수님이 강조하신 내용과 작가님의 설명이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조용한 고개 끄덕임 속에는 감동과 놀라움이 함께 섞여 있었다.


무엇보다 그날은 작가님께도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세바시 이민호 작가님이 어써클럽에서 강의를 하는 날이었고,

엄서영 작가님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포기하고

우리 예비 장례지도사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무료 강의를 해주신 것이다.

그 사실을 들었을 때 마음이 깊이 벅차올랐다.


그날 작가님은

만세력 보는 법,

오행의 흐름,

나라는 사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방식,

과연 나의 사주는 장례지도사가 잘 맞는 사주인지..

그리고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관상까지 차례로 살펴봐 주셨다.

모든 설명이 쉽고 따뜻했다.

그 시간은 정말 귀했고, 재미있었고, 큰 배움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늘 조용하던 우리 단톡방은 갑자기 밝아졌다.

운채 작가님께 드리는 감사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의 마음이 한 방향으로 모여 있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특히 나와 동갑인 소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늘 늦었다고,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급하게 서두르라고… 그런 말만 듣던 제가

교수님들에게 ‘꾸준히 공부해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도 솔직히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제 사주와 관상만 보시고도 크게 될 사람이라고 해주시니까…

정말 기뻤어요.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운채 작가님의 사주와 코칭 덕분에 동기들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저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잡아가는 듯했다.

나 역시 그 말들을 떠올리며

내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무겁고 어려운 장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워 고민하고 공부해오신 그 마음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운채 작가님께,

정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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