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10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때 회사 이름은 LG.Philips LCD였다.
필립스가 빠지기 전,
아직 이름에 그 시절의 산업 냄새가 묻어 있던 때다.
3조 3교대.
주간, 야간, 오후로 돌아가며 일하고,
주말이면 한 조가 빠지고
남은 두 조가 그 자리를 메웠다.
고단함은 당연했고,
사람들은 그 고단함을 견디는 방식으로 버텼다.
입사 설명회 날, 회사는 말했다.
“지금은 이렇게 운영하지만,
곧 조를 4개로 늘릴 거예요.
쉬는 날도 많아지고, 삶의 질도 나아질 겁니다.”
그 말은 단지 위로가 아니었다.
정말 몇 달 뒤,
4조 3교대 시스템은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우리는 ‘곧’을 버틸 수 있는 근거로 삼았다.
그 무렵,
신입사원도 대거 채용되고 있었다.
삶의 균형이라는 단어가 겨우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몇 달만 참자.”
그 말 하나 붙잡고
나는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몇 달은 내게 너무 길고, 너무 힘들었다.
나는 체력이 약한 아이였다.
잠도 예민했고,
한밤중에 자다 깨는 일도 잦았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침,
흐트러진 햇빛 사이로 억지로 눈을 감고
몸을 눕히는 게
늘 작은 전쟁 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나보다 몇 년 먼저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선배들이 있었다.
말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어떻게 버텼을까.
어떻게 이 고된 교대를 견디면서
저렇게 평온한 얼굴로 설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이
내 마음속에 처음 생긴
존경이라는 감정의 시작이었다.
그 선배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회사’라는 세상에 처음 들어와
가장 먼저 배우고, 가장 오래 기억한 건
그런 사람들이었다.
버티는 사람들.
그저 하루를 넘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는 사람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지금도 그 시간은 내 안에서
묵직한 힘이 되어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