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사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 (1)

나방파리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수리의 시작

by 오흔

처음으로 내 집에서 맞이한 여름이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은 나의 집은 앞 뒤로 베란다가 있어서 '통풍'이 잘되지만 약간의 '외풍'이 존재하는 집이다. 그럼에도 샷시 단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서 '외풍'과 '단열' 문제만큼은 걱정을 덜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외출 후에 들어오면 바닥에 나방파리, 초파리들이 발견되곤 했다. 예전에 동료 중에 '나방파리'에 학을 떼면서 이사까지 결심한 분이 있어서 나방파리의 출몰은 곧... 내가 나방파리와 동거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한 번에 나타나서 한 번에 사라지는 그런 벌레가 아닌 것만 알고 있었다. 자잘한 벌레들이 내 눈에 띄기 시작하자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에 대한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에 오래된 집 구조라서 하수구를 타고 들어오는 건가?



벌레에 대한 공포심으로 매일 청소를 열심히 했다.


특히, 하수구와 연결된 부엌과 화장실은 좀 더 꼼꼼히 청소를 하고 또 했다. 그러기를 며칠 하여도 벌레출몰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쓰레기를 버리러 베란다에 나갔다가 벌레출몰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인은 바로 주방 옆 베란다에 연결된 '하수관'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하수관에 다가가자 주변으로 가득 매워진 벌레들의 사체들과 악취가 진동을 했다. 무한 검색 끝에 이 하수관을 '교체' 하거나 혹은 하수관 입구 주변으로 '벌레 퇴치기'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었다.


다만, 퇴치기를 구매하자니 오래된 아파트의 하수관에 맞는 퇴치기는 없을 것 같았다. 갖가지 검색 끝에 우리 동네를 전담하는 하수관 교체 업체에 연락을 하였다. 다행히 당일 시공 설치가 가능하여 바로 예약금을 보내고 설치를 요청드렸다.


image.png?type=w966 벌레 출몰의 원인 하수관


도대체 윗 집에서 뭘 버리시는 거예요!?



하수관을 자르자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정체 모를 벌레들의 사체가 쌓여있었다.


그리고 하수관 안에는 정체 모를 오물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축적이 된 것인지 물세척으로도 벗겨지지는 않았다. 기사님은 하수관을 제거하고 바로 주변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 주셨다. '살다 살다 이렇게 더러운 건 처음 봐요'라는 말은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조금 더 늦었더라면 긴긴 여름날에 나의 집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하수관 단면을 잘라보니 하수관 벽을 주변으로 두꺼운 정체 모를 오물이 겹겹이 쌓여 벗겨지지도 않았다. 얼마나 해묵은 것인지 언제부터 이곳에 쌓여있던 것인지 당최 알 수 없었다.


image.png?type=w966



결국, 배수관을 새롭게 교체를 하였고 벌레와 악취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별도의 작업까지 추가하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으로 출장비 포함하여 기사님께 25만 원을 지불했다. 그렇게 대대적인 (?) 시공을 마친 후에도 종종 윗집에서 버리는 알 수 없는 오물에 냄새가 살짝 나던 날도 있었지만 금세 가라앉았다. 비가 거세게 오는 날이면 빗물에 가끔 씻겨 내려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하수관은 새롭게 교체되었다.


하수구 교체 작업과 시공에 대한 충격 그리고 시원함이 가시기도 전에 집에는 또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동물이든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전기' 문제였다 '퓩-'



출근길에 날벼락처럼 냉장고 전원까지 모두 나가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나는 '멘붕' 그 자체였다.

다른 건 몰라도 냉장고의 전원이 나가버리면 정말 난감하다. 나는 부랴부랴 회사에 양해를 구하여 아까운 연차를 소진하고서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여 부녀회장님께 전화를 했고, 부녀회장님의 안내를 받고 관리 사무소에 호출을 하였다.


오피스텔 혹은 원룸에 살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주인' 분께서 해결을 해주신다.


하지만 이제 집주인이 된 이상 내가 곧 해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살면서 이런 문제를 얼마나 겪어봤을까?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부녀회장님을 거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니 담당자분과 경비원 할아버지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이것저것 살펴보시더니 '이건 사람 불러야 해요' 라며 나에게 업체를 직접 찾아보라고 하곤 돌아가셨다. 또다시 부랴부랴 검색의 힘으로 전기 업체를 불렀고, 당일 방문이 가능하여 기사님을 기다렸다.




이거 지금 어디선가 누전이 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교체하셔야 해요! 너무 오래됐다고요.



원인은 '누전'이었는데, 그 원인의 소재지를 파악하기가 참으로 애매했다.

심지어 전기차단기도 오래되었기에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님은 내 집 곳곳을 헤치고 다니시며 30분여 만에 누전의 원인을 발견하셨고, 결국 누전차단기까지 교체하고 나서야 누전 해프닝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20만 원이 지불되었다.


그 후에는 콘센트에서 코드를 빼다가 콘센트까지 같이 빠져버리는 바람에 또다시 전기업체를 불러 콘센트로 교체를 하고, 어느 날은 세면대 하수관이 빠져 아빠 찬스로 임시방편 수리를 했다. 베란다의 곰팡이도, 실리콘 작업 등등도 자잘한 문제들을 살면서 겪고 내 손으로 직접 수리를 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20240124_134030.png 왜... 빠진 거니?

아직도 살아가면서 틈틈이 자잘하게 손을 봐야 하는 것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맛에 구옥에 살지' 싶다가도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찬찬히 고려해서 고칠 건 고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가전, 가구로 꾸며진 집 이면에는 아직도 노후화된 시간만큼 손보지 못한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집만 사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잘하게 나의 안전과 쾌적을 위해 손봐야 하는 자잘한 요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취와 다르게 내 집의 수리를 위해서 들어가는 모든 처리와 비용 그리고 시공 업체에 대한 연락과 결정까지 모든 것은 나의 '몫' 이었다.


비로소 집주인이 되었다는 무게를 알게 되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7화그저 내 통장을 스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