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덕분에 운 좋게 0.5평 남짓한 고시원 원룸에서도 화장실, 주방 나름대로 다 갖춰진 곳에서 월세 걱정 없이 지냈고 그다음 집은 1.5룸으로 1평 남짓한 창고도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온전히 내 힘으로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월세, 전기세, 관리비, 수도세 등은 함부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도 못하게 되었고, 늘 내 지갑을 닫게만 했다.
내 집이 생기면 어느 정도 그런 걱정은 넣어둘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첫 집주인이 놓고 간 2 in 1 에어컨을 그대로 쓰게 되었다. 도대체 연식이 얼마나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위 X아‘ 로고와 금장 꽃무늬로 박힌 에어컨은 거실과 안방에 사이좋게 설치가 되어 있었다. 새롭게 에어컨을 구매할 비용까지는 무리였던 나에게 전 주인의 첫 신혼가전 (?)이었을지 모를 에어컨은 내가 오기 전까지 몇몇 세입자들의 손을 거쳐 나에게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에어컨과 첫여름을 맞이하던 날, 나는 엄청나게 후회를 했다.
집주인이면 모를까,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놔두고 간 에어컨을 제대로 관리할 턱이 없었다.
에어컨 환기를 위해 모든 문을 열고 작동시킨 그때, 코를 찌르는 곰팡이 냄새가 진하게 온 집안을 풍겼다. 처음이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환기를 하고, 몇 번을 틀어도 찐~한 곰팡이 냄새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가동이 시작되면 중간쯤부터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나 혼자라도 에어컨 청소를 해보고자 슬쩍- 에어컨 바람구멍을 들여다보았는데.. 이곳저곳 곰팡이가 언제부터 자리했는지 모르게 안착되어 있는 것을 보고 셀프 청소는 진작에 포기를 했다.
안방에 있는 에어컨의 사정이라고 나은 것은 아니었다. 여름밤에 놀러 온 친구들을 위해 안방 에어컨을 처음 가동했는데 뚝뚝뚝- 물소리와 함께 에어컨에서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처음에는 온도차라 생각하고 바닥에 걸레를 두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흥건하게 흐르다 보니 누전이 될까 겁이 나 안방 에어컨은 제대로 켜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에어컨 전문 청소 업체를 불러 다음 여름을 위해 대대적인 청소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비용은 대략 30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여름 내 두고두고 보관할 먼지 커버까지 제대로 주문을 했다.
한파가 들이닥치던 겨울에는 처음으로 ‘보일러’를 사용했다. 첫 자취러에게 가장 두려운 건, 여름에는 에어컨을 얼마나 틀어야 하는가? 겨울에는 보일러를 얼마나 켜야 하는가? 그래야 전기세와 난방비가 과도하게 나오지 않는가? 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다행히 에어컨 청소 소동(?)으로 한 여름 내내 에어컨을 얼마나 켜야 전기세가 나오는지 나는 이미 학습을 했고, 남은 건 바로 난방비였다. 그래도 나름 프로 자취러로서 내가 터득해 온 ‘난방비 절약’ 방법이 있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 ‘외출‘ 을 하는 것 외에는 가급적 22도 정도로 계속 유지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처음으로 ’ 내 집‘ 에서 깨졌다.
내 집에서 맞이한 겨울에서 나름 난방비를 아껴보겠다고 털양말, 수면바지, 기모 맨투맨을 입고 생활을 했다가 샤워 한 번에 얼어 죽을 것 같은 체험을 하고는 적정 온도를 21도, 22도까지 올려보았다. 그런데도 집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겨우 따뜻해지는 공간은 보일러와 가까운 옷방이자 작업방이었다. ‘난방이 들어오는 건가?’ 싶은 느낌을 받으면서도 22도 이상은 절대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감기를 걸리면서 온몸에 오한이 느껴지고 나서야 나는 살기 위해서 23도까지 올렸다. 그러자 집에 조금씩 따스한 온기가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가스비가 올라가는 소리도 들렸다.
노후화된 아파트에서는 난방 방식도 중요하다. 개별이냐 중앙이냐, 온수냐 가스냐 등등에 따라서 난방비가 좌우된다. 예전에 동생과 한강변 바로 아파트 월세에 살았는데 온수 난방기로 운영되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겨울철 마라 신발장 바로 옆에 묻혀있는 ’ 온수 밸브‘를 각도기에 맞춰 조절하면서도 겨울에 패딩을 입고 입김이 나오는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아주 미세하게 바닥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이상으로 물소리가 들리면 그때는 난방비가 20만 원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런 아찔한 순간들은 나에게 집 평수가 몇이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두 번의 여름과 겨울을 지나면서 나는 나의 오래된 집에 적응을 했다.
전기세는 많이 나와야 3만 원대였고, 난방비는 많이 나와야 5만 원이었다. 물론, 집에서도 여름날에는 가급적 에어컨 대신에 문을 열어 놓거나 선풍기를 활용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생활복으로 입고 있는다. 집주인이 되었다고 해서 전기세와 난방비 폭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르는 금리만큼이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내 집에서의 생존 방식도 나날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