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이 되면 나는 집주인으로서 2년 차가 된다.
그리고 이사를 가거나, 세를 내어주거나, 매매를 하여도 이제는 전혀 지장이 없는 '실거주' 요건을 모두 채운 집주인 자격을 얻게 된다. 내 인생에 '집'이 생겼을 뿐인데 2년 동안 내 삶은 참으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
1. 원 없이 돈을 펑펑 쓴 삶
집주인이 되고 1년 정도는 돈을 거의 모으지 않았다.
물론, 다달이 나가는 이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가 원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매했다. 가전, 가구,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꽤 많은 돈이 나갔지만 자취를 할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배달음식 시켜 먹기, 해외여행 가기, 최신형 IT 기기로 바꾸기 등등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원 없이 해봤다. 부모님께 근사한 한정식도 대접해 드리고, 한 끼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가족들과의 식사도 늘 턱턱 내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이렇게 원 없이 써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남는 건 줄어드는 대출금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라는 건 나에게 든든한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행위 자체가 '적금'이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조금 돈을 써도 괜찮다는 이상하고 위험한 위안으로 쇼핑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렇게 원 없이 써보고 나니 이제 조금은 물욕이 사라진 듯하다. 그리고 정말 제 값을 제대로 주고 사야 하는 물건, 한 철만 쓸 요량으로 사야 할 물건 등 어떤 걸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주관이 생겼다.
2. 집주인이라는 타이틀
내 집의 가치가 1억이든, 5천이든 대한민국에 내 집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왜 인천에 살아요?'라고 묻는 질문에 '집을 사서요'라는 답변 하나로 나는 부동산을 잘 아는 전문가, 경제관념을 지닌 사람,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처럼 대우를 받거나 인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온 내 후배, 동료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처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나와 서먹했던 동료가 우리 집에 놀러 오고 난 후, 부쩍 나에게 집을 어떻게 샀는지 과정을 묻다가 3개월 만에 역세권 신축 아파트를 매매하였다.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나에게 수시로 질문했던 기억이 나는데 대출은 생각보다 잘 해결되었고, 집도 꽤 잘 구했다고 들었다.
난 오히려 나보다 어린 동료의 결단력이 존경스러운데 그 동료는 실제로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집주인이 되었다는 것에 자극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집주인이라는 타이틀은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대단한 힘을 지녔다.
3. 아직도 공부는 해야 할 것이 많다, 더 어렵고 어렵다
집주인이 되고 나니 이제는 갈아타기 (일명, 상급지로 이사하는 것)를 해야 할지 아니면 세를 놓고 직장과 가까운 서울에 원룸에서 몸테크 (일명, 몸으로 하는 재테크)를 해야 할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넓어진 폭만큼 이제는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미 '생애 최초'라는 카드를 하나 썼기 때문에 나는 나의 집을 잘 활용하여 나의 부를 축적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다음 단계의 발걸음이 더더욱 중요하다. 내 집 마련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 부동산과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는 더더욱 끊임없이 해야 하고 결정에는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부동산 강의를 듣고, 세미나를 다니면서 그동안 잠시 놓아둔(?) 공부를 해나가는 중이다.
4. 그래도 믿을 구석이 나에게도 있다
퇴사를 앞두고 나에게는 1년 8개월에 대한 퇴직금이 내가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의 전부였다.
인생 처음으로 1.5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백수의 삶은 참으로 어렵고도 쉬웠고, 쉬웠고도 어려웠다. 그때마다 '정 안되면 집이라도 팔지'라는 심산으로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무슨 일이든 해봤던 것 같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집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큰 목돈이 들어갈 때 이제는 [집]을 활용한 담보대출 혹은 매매를 통해 자금을 그래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나에게 생겼다는 든든함이 있다. 만약, 지금 당장 결혼을 한다고 해도 서울에 집을 구할 수 없다면 우리 집에서 신혼생활을 해도 좋다. 만약, 부모님께서 지금 당장 오갈 곳이 없으신 상황이라면 우리 집에 모셔도 좋다. 집이 있다는 건 가족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든든한 믿을 구석이 하나쯤 생긴 것이다.
5. 더 큰 목표,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다시 짠순이 모드로 돌아가 돈을 모으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를 할 정도로 더 이상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원 없이 썼던 날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매일 출근길에 마시던 저가 커피도 한 달에 한 번 통신사 할인혜택으로 마시고, 나머지는 모두 탕비실 커피와 집에 마련한 커피머신으로 충당한다. 데이트는 항상 집 밥을 해 먹는 습관을 들였고, 블로그 체험단으로 여행과 맛집투어를 한다. 옷도 가방도 이제는 더 살 것도 없지만 가지고 있는 것들이 펑크가 날 때까지 사용할 요량이다. 물론 중간중간 계절별 옷이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쇼핑 충동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그 물욕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금방 사라지는 것과 같은 찰나의 충동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1억, 10억, 100억에 대한 목표들이 더 이상 나와 터무니없이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나도 노력하면 다가갈 수 있는 목표처럼 느껴진다. 자신감이 생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늘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