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가 골라야 하나요? / 전부 다 고르셔야 합니다.
잔금을 치르고, 월세 세입자분의 이사일을 8월로 맞추고 나에게는 1.5개월이라는 공백이 생겼다.
내가 살던 오피스텔은 동생에게 그대로 물려주어 계약을 하였고, 나는 그동안 잠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직장이 서울인지라 동생 집을 오고 가거나 아니면 외근 길에는 호텔을 잡고 살았다. 매일 나의 큰 백팩은 동료들에게 '오늘도 집 나왔구나?' 하는 농담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름 입주 맞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모두 '오늘의 집'에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집들을 봤다.
'그래, 나도 언젠가 이렇게 꾸며놓고 살아야지' 하면서 아이쇼핑으로 내 눈에 도장을 찍어둔 가구, 가전 그리고 인테리어 용품들만 장바구니에 1,000만 원이 넘게 쌓였다. 막상 매매를 하고 보니 현실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아치형 방문을 만들거나 혹은 매립형 전등을 넣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그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업체마다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고, 평형 견적으로 매기기 때문에 최소 1,000만 원 이상은 들여야 인터넷에 나오는 갤러리 같은 집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첫' 집이라는 애착이 생기다 보니 정말 근사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을 더 받아야 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가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말을 하나 떠올렸는데, 어쨌든 실거주와 투자는 다르지만 앞으로 투자를 배울 거라면 지금 살게 될 집에 너무나 많은 돈을 투자하지 말라는 전문가분의 조언을 다시금 되새 었다.
특히 나는 재건축/재개발도 어느 정도 염두를 하고 매매를 한 집이었고, 누군가에게 세를 줄 수 있을 것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 비용을 들지 않고 합리적인 비용을 택해야 했다. 현실과 절충하기로 하고서 전 주인 신혼부부가 어느 정도 리모델링으로 손 본 중문, 붙박이장, 샷시, 부엌, 화장실을 최대한 그대로 두고 도배와 바닥시공만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반셀프 인테리어 회사를 이용했다. 세상이 좋아져서 직접 쇼룸에 가서 도배와 장판 색상부터 제품까지 선택하고 견적도 받을 수 있었다. 화이트 색상만 하고 싶었는데 화이트에도 무슨 색상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정말 정신병이 걸릴 정도였다. 나중에서는 '제발 화이트 아무거나 알아서 좀 해주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벽지는 실크벽지냐? 합지냐? 바닥재는 마루냐? 장판이냐? 장판이면 두께는 1.8T 냐? 1.5T냐? 등등 나는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
곰팡이가 심해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거라면 적어도 반셀프 관련 유튜브 영상은 10개 정도는 봐야 나도 자재를 선택하고 시공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심지어 시공 과정에서도 현장 상황에 따라 갑자기 결정해야 하는 문제들이 생기는데 그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고로, 돈을 절약하는 대신 내가 직접 움직이고 배워야 하는 게 '반셀프 인테리어'였다.
도배 - 장판 순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도배 시공분들이 오자마자 나에게 호출을 했다. '지금 오실 수 있나요? 보시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직장에서 집까지 거리는 아무리 총알택시를 타도 30분. 부리나케 반차를 내고 집으로 향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도배 작업을 할 때 에어컨을 가동하면 안 되기 때문에 시공업자분들도 나도 땀을 뻘뻘 흘렸다. 도배를 다 제거하고 보니 안방 천장의 1/3 가 곰팡이가 생긴 것이었다.
당시에 나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왔는데, 시공업자분들은 날짜를 더 조율할 수가 없다며 나에게 일단 임시방편으로 어느 정도 작업을 하겠지만 이후에 곰팡이로 벽지가 물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나를 호출한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나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일단 진행'으로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잠시 작업을 미루더라도 곰팡이를 제거하고 작업을 했어야 했다.
시공업자들은 당연히 다음 예약이 있으므로 일정을 미루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인데 사실 이 부분은 사전에 리모델링하기 전에 해결이 되었어야 하는 부분이다.
매매 후에 집 상태를 보러 왔을 때에는 천장이 모두 검은색 벽지라 알아차릴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윗 집의 노후된 샷시와 외벽에 생긴 금 때문에 빗물이 자꾸 내 안방 천장으로 들어와 곰팡이가 생긴 것이었다.
아직도 우리 집 안방 천장은 흰 벽지에 얼룩졌는데, 윗집 샷시교체와 외벽 금이 간 부분은 아파트 부녀회장님을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내 안방의 천장벽지 교체는 내 몫이 되었다.
심지어 일명 걸레받이라고 불리는 작업 부분도 나는 사전에 추가하지 않았는데 '걸레받이 안 하시나요?'라는 작업자 분에 말에 따라서 현장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작업을 진행했다. 집 매매만 공부할 줄 알았지,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데는 아주 초보였기에 나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현장에서 몸소 배워야 했다.
그렇게 결국 집 리모델링 비용으로 도배, 벽지, 걸레몰딩만 작업하는데 약 271만 원이 소요되었고, 중간중간 직장과 집을 오고 가면서 작업자분들의 상황도 확인을 하며 입주 준비를 끝냈다.
그 후 내 상황에 맞게 부모님과 냉장고, 세탁기, 밥솥 등을 보러 다녔는데 아직 2인 가구가 아닌 1인 가구이다 보니 가장 합리적인 비용의 중소기업 가전제품으로 골랐다. 이케아에서 필요한 조리도구와 생필품을 마련하고, 당장 필요한 식탁 침구류 등은 쿠팡을 통해 주문했다. 어떤 날은 집에 비해서 가구라곤 침대와 소파 밖에 없어서 마치 모델 하우스에 온 것처럼 고요하고 텅 빈 집이었다. 하나둘씩 내가 마음에 드는 가구들로 가전들로 채워나가면서 지금의 집이 완성되었다.
도배와 장판만 교체된 집의 모습
현재 완성된 집의 모습
우리 모두는 오늘의 집에 살고 싶다.
이상하게 내 집을 마련했는데 내가 원하는 집에서 사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가장 합리적인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것들로 채워 넣는 삶을 조금 배운 것 같다. 나 역시 매매를 하고서 '이제 내가 살고 싶은 집, 제대로 꾸며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이 집에 평생 안주하며 살 것이 아니라 단지 조금 더 서울과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한 첫 부린이 발걸음으로 내민 도전이었다. 그런데 마치 인생의 큰 숙제를 모두 끝낸 것처럼 내 모든 것을 쏟아붓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과 현실 그 사이에서의 접점을 맞추기로 그러면서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