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대신에 집주인이 되었습니다 - 마지막 이야기

by 오흔

그동안 내 집 마련을 한 이야기를 쓰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 글쓰기처럼 생각이 나는 대로 소위말하는 필(Feel) 이 꽂힐 때마다 연재일과 관계없이 수두룩 빽빽하게 이야기를 나열했던 것 같다.


단순히 '집 샀다'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쓰고 보니 그 당시에 내가 놓쳤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이후의 일상들을 속속히 들여다보며 '그때는 그랬구나' 싶은 감정들이 새록새록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겨우 첫 회사에 대한 3년 근속의 대가로 받은 현금 1,000만 원으로 내 집 마련의 발걸음을 처음 내딛고 내 집 마련의 이야기를 펼쳐간다는 것이 무언가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싶은 민망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 시리즈가 연재되고 사람들이 내 글을 봐주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브런치였기에 이런 사소한 이야기, 작은 이야기도 독자들이 읽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늘 모든 글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은 항상 나에게 숙제였고, 고민이었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현재 투자에 대한 상황과 지표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자문을 이 이야기에 담을 수 없다. 그저 내가 집주인이 된 아주 단순하고 짤막한 이야기 안에서 내가 가졌던 '부'와 '부동산'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 이야기의 처음이자 끝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나의 집을 매매하는 그 시작에서 나는 부모님과도 많은 갈등을 빚었다. 늘 큰돈이 오고 가는 데 있어서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그러했다. 부모님이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야 알겠지만 결정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이 더욱 예민하게 보일 수 밖에는 없었다.


- 조금 더 모으면 서울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 생애 첫 대출을 이렇게 사용할 수는 없어! 겨우 1억 초중반 집을 사려고!?

- 인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 급매지만 얼마나 더 오르겠어, 이미 서울 구축 아파트도 널렸는데!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 매 순간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내 집을 매수하기로 했으니 부정회로가 아닌 긍정회로를 돌려야 하는 것이 내 정신적인 건강에도 좋았지만 지나고 보면 당시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 이었었다. 내가 집을 매수하고, 생애 첫 대출을 고정금리로 받고 나서야 '영끌족들의 울음' 소리라는 자극적인 매스컴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져 나왔다. 고금리 대출로 정점을 찍은 아파트들을 매수하고 나서야 이자에 허덕이고, 떨어진 집값에 본전도 못 찾을 만큼 떨어진 집을 다시 부동산 시장에 내놓고. 그런 악순환의 기사들이 내 눈에 보일 때마다 나는 '그때의 내 선택이 최선이었구나'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그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수준의 안도일 뿐,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으로 자신감을 얻은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어깨는 무거워졌다.

그렇게 집주인으로 2년을 살면서 최근 나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1) 40살에 은퇴하기

2) 수도권으로 진입하기

3) 자산 10억 달성하기


지금 91년, 34살 나에게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6년이 남았다. 2년 전에 나였더라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년 만에 나는 달성할 수 있을 목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의 시발점을 갖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격려한다.


그리고 늘 나에게 부러움을 표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말한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라고. 고작 모은 돈이 하나도 없이 첫 직장의 퇴직금만으로 내 수준에 맞는 집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월 1,000만 원을 벌고 나보다 더 많은 부동산의 경험으로 부를 축적한 전문가들에 비해 아주 미비한 성과일지 모르겠지만 이는 또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주기에 아주 충분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동안 잠시 부의 공부를 놓고, 쓰고 싶은 것에 마음껏 써 보았기에 다시 '0' 부터 시작해 새롭게 가진 목표들을 이뤄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 여정 역시도 브런치에 남겨볼 생각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슈퍼 노멀로 나아가는 과정을 (주언규님의 책 '슈퍼노멀' 참고).. !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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