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숲에서 살고 있다.
1) 할머니 속에서 자라온.
> 할머니와 같이 산지 10년이 되었다. 같이 살기에 보였던 할머니가 살아온 삶의 풍경은 너무나도 넓고 그득했다. 할머니의 숲이었다. 나는 그 숲을 빌려 살아가고 있다. 그 숲은 뒤돌아보지도, 헤매지 않아도 되기에 내가 걷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아주 멋진 곳이다. 그렇게 할머니의 숲은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사람이 만나 많은 새싹을 돋아내었다. 그 많은 새싹은 할머니가 나에게 가르쳐준 삶이었고 곧 할머니의 언어였다. 여전히 할머니의 깊어가는 주름을 나의 나이테로 삼아 나는 숲 곳곳의 길을 자유롭게 누비며 돋아나는 중이다. 이 행복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곳에 나와 할머니가 돋아낸 새싹들을 기록해놓으려 한다. 훗날 나의 지도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