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구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ena Sep 28. 2015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서운 게 점점 많아지는 것,

거짓말이 점점 늘어가는 것,

책임져야 할 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가는 것,

내 마음의 소리 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단순한 문제로 방황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복잡하고 구체적인 문제들로 어지러워 지는 것,

감정 보다는 이성에 앞선 삶을 지향해야 하는 것,

사랑에 설레어도, 이별에 울다가도, 내일이 걱정되어 생각보다 이른 잠을 청하게 되는 것,

나보다 언제나 훨씬 컸던 엄마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이는 것,

혼자가 더 이상 예전만큼 창피하지 않아서 식당에 홀로 들어가 한 끼를 떼우게 되는 것,

이미 한번쯤은 가져봐서 딱히 갖고 싶은 것이 없고,

이미 한번쯤은 먹어봐서 딱히 먹어보고 싶은 것도 없는 것,

얼굴의 주름이 늘 듯 마음의 주름 또한 늘어가는 것.

온통 다 싫은 것들뿐이다.

그 중 가장 놓치기 싫은 건, 

점점 멀어져 아련해지고, 아련해지는 만큼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이 저 멀리서 벌써 흐릿해져버린,

나의 순수의 시대.

매거진의 이전글 배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