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실 끊임없는 도둑질의 연속이며 끊임없는 표절의 연속이다. 내 삶에서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건 거의 없다.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호시탐탐 훔쳐보면서 나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건 분명 조금은 치사하고 비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서른을, 마흔을 훔치며 나의 서른을, 마흔을 상상했다.
저 사람의 서른은 이렇구나, 나도 저렇게 돼야지. 저 사람의 마흔은 저렇구나, 나는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나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서, 좋은 것은 취하겠다 마음먹고 나쁜 것은 버리겠다 마음먹는 내 인생이 분명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하며 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나를 설레게 했다.
클레오 파트라가 사랑한 지삭낙원 파묵칼레. 하얀색 석회암들이 마치 눈과 같고 적당한 온도의 온천수는 왜인지 모르게 하늘빛으로 빛난다. 고대 로마의 유적들이 굴러다니는 곳에서 수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오래된 것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쩐지 죄스러워 지다가 녹색의 냄새가 짙게 배인 초원에 내 몸을 바짝 말려본다. 신들이 지구에 내려와 휴양지를 지었다면 바로 이 곳이었겠지. 왜 클레오파트라가 이 곳을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상상했다. 화려하고도 불안한 궁전에서의 삶이 지겨워지면 이 곳에 와 몸을 담그며 내일을 꿈꾸던 그녀를. 문득 나는 클레오파트라의 삶을 훔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