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적지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터키 영화가 제작 되었던 세트장이라고 했다.
마른 나무를 한 곳에 모아 불을 피우고, 그 불을 불빛 삼아, 또 난로 삼아 넷이 모여 앉았다.
깜깜한 밤, 그 안에 보이는 거라고는 오로지 하늘만을 벗삼는 별들과 활활 타오르는 불,
간간히 들리는 찌르레기 소리, 그리고 우리들.
제이크가 터키 노래를 재생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춤을 정말 잘 췄다.
그에 비해 몸치임을 온몸으로 인증하던 나,
그리고 그 풍경을 이불 삼아 하늘을 보고 서로에게 기대 누워있던 그와 그녀.
너를 생각했다. 다시는돌아갈 수 없는 그 날들의 너를 그리며 나는 너를 몹시 추억했다.
우리가 여기 함께 있었더라면,아니 어디라도 함께 있었더라면.
추억 속에 나를 우겨 넣는 것은 그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그 때의 너를 아쉬워하는 미련들을 아름다운 착각으로 미화 시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슬픈 짓이다
그 때의 내 마음이 그리운 것 뿐인데 어느새 나는 또 그 순간으로 달려간다.
그 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꼭 닮을 거라는 착각과 함께, 그리고 매우 숨가쁘게.
그렇게 달려간 곳에서, 참 애석하게도, 당신의 모습들은 찾을 수가 없다.
그저 미래의 나를 기다리고 있던, 미래의 내가 달려와 한번 꺼내봐 주기를 기다렸던,
그 날들의 내가 슬프게 미소 짓고 있겠지.
한 잔에 너, 또 한 잔에는 추억이 될 이 순간을,
그렇게 몇 잔의 보드카를 기울였는지 모르겠다.
터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처음 들어본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다가,
너를 그리워도 하다가, 또 별 것 아닌 한마디에 꺄르르 웃기도 하다가.
추억이 될 지금 이 순간에, 이미 추억이 된 너를 잔에 담고,
불 냄새가 온 몸에 배어 취하는 줄도 모른 채 밤이 깊어 간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그 긴 시간들 중 아주 짧은 정도의 순간만 뇌리에 남는다.
추억은 치사하게도 내 머릿속에 동영상이 아닌 늘 몇 장의 스냅사진만을 선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