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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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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Sep 30. 2015

Adieu

헤어짐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에 크고 작은, 깊고 얕은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가 더 깊어질지, 아니면 금새 아물지,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헤어짐이라는 건 절대 시원할 수 없으며 마음의 눈물을 동반한다. 


언제나 자기 말이 가장 옳다는 Beth가 답답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또 그로 인해 Beth와 싸우는 일도 허다했다. Beth가 너무 미워서 한국 친구들에게그녀의 욕을 꽤나 했지만 헤어질 때가 되니 그것도 미운정이 되어있다. 


너무 느려서 늘 나를 답답하게 했지만 자기는 언제나 나의 친구라며나의 우울까지 감싸 안아줬던 그녀, 언제나 나의 사랑을 응원한다던 Maggy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졌다.


내가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자기도 똑같이 받고 있다며 한번 수다가 시작되면 기본 3시간은 얘기해야 했던 Emma와 헤어지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케냐에서 태어난 것이 분명한데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케냐라는 나라안에서 늘 외로움을 느껴야 했던 Muna는 나의 케냐생활의 가장 커다란 위안이었고, 내가 없이 많이 외로울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면 언제나 웃으며 아는 척을 해주고, 이목구비가 정말 많이 또렷했던 Silverstar. 난 그를 바둑이라고불렀다. 인종차별이나 뭐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 그를 마주칠때면 반가움으로 가득 찬 그의 진심이 온 마음 가득 느껴졌으므로.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늘 아쉽기만 하다. 조금 더 많이 웃을 걸, 조금더 잘 할걸,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함께 할 걸. 나의 지난 케냐 생활을 돌아보면 온통 투정이었다. 여행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침투해 나의 자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게, 그들의 문화와 나의 문화가 서로 한데 섞여 마구 뒤엉키고 있는 그 모든 장면들이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었던 것 같다. 내가 익숙해질수록 처음엔 분명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나를 점점 숨막히게 만들었다. 헤어짐을 코 앞에 둔 지금도 나는 나의 힘듦을 엄살이었다고 치부할수 없을 만큼 아무리 다시 생각을 해봐도 내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어쩌면 그건 내 또 다른 도망의 방아쇠일지도 모르고, 

이유 없는 향수병에 대한 명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떠나야 할 시간은 언젠가 오고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의 어제들을 후회로 가득 물들인다. 헤어짐의 대상이 좋았건, 싫었건, 

누군가와 멀어진다는 건, 누군가로부터거리를 둔다는 건, 

헤어짐을 말하는 사람이건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이건,

케냐와의 헤어짐도, 케냐의수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도, 

지금 잠깐 마음이 아픈 것일지라도, 

언젠가 볼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를 사이가 된다는 것이 나를 자꾸만 눈물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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