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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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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Sep 30. 2015

나 혼자

나를 사랑하려고 떠난 여행에 있어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었다. 

혼자라도 괜찮아 에서 영원히 혼자이면 어떻게 하나 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애인이 없어도 충분히 즐거운 삶이었고, 친구 없이 혼자 노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으며,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할 수는 있었다. 다만 마음이 괜찮지 않았다.

혼자가 좋아 떠났는데 철저하게 혼자가 된 기분이 들 때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한 가운데에 나만 혼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느껴야 했다. 아, 외로움이공포가 될 수도 있구나.


나는 자주 배가 고팠고,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말했다. 

허기짐은 외로움에서 오는 거라고, 마음이 허해서 속도 허한 것이라고.

그녀는 따뜻한 밥을 내게 자주 차려주었다. 나는 그녀의 집을 식당이라고 불렀고, 내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일하게 내 마음 속을 들여다봐 주는 사람이었다.

나의 외적인 것들이 괜찮은지 보다는 나의 내면이 괜찮은지를 엿보려 애썼던 사람,

내 마음이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이상한지 신기하리만치 잘 집어내던 사람.


혼자가 싫어 누군가를 찾아 나서면 혼자이던 시간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또 다시 혼자가 되면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워져 누군가를 또 찾아 헤맨다.

혼자가 좋으면서 혼자가 싫어졌다. 애증이고 중독이다.

애매하고 이상한 감정에 점점 잠식되어 간다. 

이 외로움에 대한 이유들을 찾기 위해 나는 꽤나 애써야 했다.

한국이 싫었고, 한국의 사람들에게 지쳤었는데 왜 나는 한국을 가고 싶어 하고 그들을 그리워 하는지 알 수 없을 외로움이고 허기짐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모양새가 참 예쁜 날이었다.

그녀는 내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걱정된다고 했다.

가고 싶으면 가는 게 맞는 거라고, 오고 싶어서 왔듯이 가고 싶을 땐 가야 한다고 했다.

그제서야 알았다. 

나의 이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의 이유들이 사실은 한국에 뭔가두고 온 것이 있어서라는 것을. 

나를 지치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이미 내 인생에서 뺄 수 없을만큼 소중한 것들이었는데

사랑하는 그 모든 것을 한국에 두고 이 먼 여정을 시작한 내가 원망스러웠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지독한 외로움까지 사랑해야 했다. 

무섭기 까지 한 그 외로움들을 같이 안고 가야 했다.

그 외로움 역시 혼자 떠난 나의 몫이므로,

한국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혼자 도망쳐 온 나의 몫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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