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잊혀지는 게 아니다

[사진 한 장의 감성]

by 밝을명인 오기자


밤새워 일하고선 그대로 꼬박 날을 지샌 적이 있습니다. 한 줄기 아침 햇살이 굴절되면서, 보석처럼 반짝거림에 한동안 그 빛을 바라봤습니다.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고이 사진에 담았습니다. 저 빛은 제게로 온 저의 빛인가 봅니다. 아무도 없는 주변에 오로지 저에게 찾아온 저의 빛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작지만 강렬하고, 계속 쳐다보면 눈이 부십니다. 속삭이는 듯 합니다. 그러다 맹렬하게 쏘아대던 빛이 점점 작아져 사라져 갑니다. 이렇게 순간을 담아냈던 사진을 쳐다볼 수 있음에 이날의 기억을 계속 끄집어 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기억이란 잊혀지는게 아닙니다. 무언가의 계기가 주어진다면, 언제고 제게 찾아와 다시 그 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중립적인 녀석이지만, 이런 기억도, 저런 기억도, 슬픔도, 내가 살았던 모든 기억을 떠나보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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