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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Mar 30. 2021

씨앗


이 마음의 시작은 어디었을까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마음에 자리를 잡고

꿈틀 또 꿈틀 기특하게 싹을 틔워내

관심 없는 척 눈을 반만 뜨고 보는데

영특한 씨앗 하나 내 맘을 눈치채

무럭 또 무럭 끈기 있게 자라 내


푸른 잎사귀도 아가 귀처럼 예쁘더니

눈부시게 예쁜 꽃이 팝콘 터지듯

어쩌면 한여름 밤 불꽃놀이 하듯

한 밤 두 밤 달을 닮아 커져만 가

내 마음도 그냥 모른 척 커져가고 말아

작은 씨앗 하나가 세계를 지배해


이 마음의 시작을 알았더라면

뭔가 조금 달라졌을까 조금 쉬웠을까

따끔 또 따끔 내심 불안한 마음에

불을 꺼놓고는 가만히 덮어두는데

그 속에 빛은 도무지 가릴 수가 없어서

반짝 또 반짝 어둠 속을 뚫어 내


태어나 처음 만난 환한 무지개처럼

별보다 더 빛나고 사탕보다 더 달콤해

너무 푹 빠지지 말아야지 하다

한 발 또 두 발 이미 젖어 가

내 마음도 그냥 모른 척 젖어가고 말아

작은 씨앗이 땅과 하늘을 뒤바꿔


이 마음은 어디서 시작했을까

이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고민하고 다짐하고 다잡다가

결국 나는 꽃잎 속으로 그냥

풍덩 또 풍덩 묻히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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