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의 시작은 어디었을까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마음에 자리를 잡고
꿈틀 또 꿈틀 기특하게 싹을 틔워내
관심 없는 척 눈을 반만 뜨고 보는데
영특한 씨앗 하나 내 맘을 눈치채
무럭 또 무럭 끈기 있게 자라 내
푸른 잎사귀도 아가 귀처럼 예쁘더니
눈부시게 예쁜 꽃이 팝콘 터지듯
어쩌면 한여름 밤 불꽃놀이 하듯
한 밤 두 밤 달을 닮아 커져만 가
내 마음도 그냥 모른 척 커져가고 말아
작은 씨앗 하나가 세계를 지배해
이 마음의 시작을 알았더라면
뭔가 조금 달라졌을까 조금 쉬웠을까
따끔 또 따끔 내심 불안한 마음에
불을 꺼놓고는 가만히 덮어두는데
그 속에 빛은 도무지 가릴 수가 없어서
반짝 또 반짝 어둠 속을 뚫어 내
태어나 처음 만난 환한 무지개처럼
별보다 더 빛나고 사탕보다 더 달콤해
너무 푹 빠지지 말아야지 하다
한 발 또 두 발 이미 젖어 가
내 마음도 그냥 모른 척 젖어가고 말아
작은 씨앗이 땅과 하늘을 뒤바꿔
이 마음은 어디서 시작했을까
이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고민하고 다짐하고 다잡다가
결국 나는 꽃잎 속으로 그냥
풍덩 또 풍덩 묻히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