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나를 불러 어딘가로 데려가
꿉꿉해진 수증기를 단숨에 앗아가고는
찬란하고 황홀한 여름의 입구 어딘가로
장미가 속절없이 나를 끌고 데려가
보고픈 이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앓던 내 저녁이
그리운 곳이 어디인지 망각한 채로
그리움에 허덕여 정처 없던 내 새벽이
장미가 데려온 이 곳이 바로
내가 찾던 너의 세상일까
빨갛고 탐스러운 장미로
무심코 찾아온 찰나의 입구로
나는 이렇게 끌려온 채로
네 향기를 킁킁 쫓다가
보이지 않는 너를 보다가
잔뜩 취해선 길을 잃다가
앗 따끔
다시 너 없는 나의 세계로 돌아와
아주 잠시 잠깐이었지만 반가웠어
보고프고 그리운 마음 모아두고서
장미가 다시 부르는 날이면 또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