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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May 17. 2021

장미


장미가 나를 불러 어딘가로 데려가

꿉꿉해진 수증기를 단숨에 앗아가고는

찬란하고 황홀한 여름의 입구 어딘가로

장미가 속절없이 나를 끌고 데려가


보고픈 이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앓던 내 저녁이

그리운 곳이 어디인지 망각한 채로

그리움에 허덕여 정처 없던 내 새벽이

장미가 데려온 이 곳이 바로

내가 찾던 너의 세상일까


빨갛고 탐스러운 장미로

무심코 찾아온 찰나의 입구로

나는 이렇게 끌려온 채로

네 향기를 킁킁 쫓다가

보이지 않는 너를 보다가

잔뜩 취해선 길을 잃다가


앗 따끔


다시 너 없는 나의 세계로 돌아와

아주 잠시 잠깐이었지만 반가웠어

보고프고 그리운 마음 모아두고서

장미가 다시 부르는 날이면 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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