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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Jun 07. 2021

고양이 그림자


해를 등지고 걸어가다 눈 마주친 너

바람이 씽씽 불어 나부끼는 머리카락

휘릭하고 고양이 수염을 달았어 너

이제 코 끝까지 아려오지 않는 여름 바람

해와 이별한 너는 한 마리 고양이 같아


너를 마음에 담은 상태로 보낸 하루

네가 내내 어딘가 묻은 채로 걷는 길

마치 지금 너 있는 곳에 나도 있었나

주인 없는 물음과 대답만 가득한 채로

꾹꾹 밟아 길어만 가는 그림자 그림자


밤을 업고서 걸어가다 내게 밟힌 너

고요한 불빛에 홀로 형형한 눈동자

나만 보인다는 듯 그대로 멈춰 선 너

해를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정지된 이 곳

내 밤을 움켜쥔 네게 그림자를 맡겨


코 앞에 있던 네가 사라진 하루 이틀

없는 너는 계속 숨을 쉬어 보내오는데

고작 잠시 불어온 바람에 홀리고 있나

궁금한 그림자는 답할 길도 없이

꾹꾹 눌러 담아 발걸음 걸음에 펼쳐놓은

그림자

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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