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등지고 걸어가다 눈 마주친 너
바람이 씽씽 불어 나부끼는 머리카락
휘릭하고 고양이 수염을 달았어 너
이제 코 끝까지 아려오지 않는 여름 바람
해와 이별한 너는 한 마리 고양이 같아
너를 마음에 담은 상태로 보낸 하루
네가 내내 어딘가 묻은 채로 걷는 길
마치 지금 너 있는 곳에 나도 있었나
주인 없는 물음과 대답만 가득한 채로
꾹꾹 밟아 길어만 가는 그림자 그림자
밤을 업고서 걸어가다 내게 밟힌 너
고요한 불빛에 홀로 형형한 눈동자
나만 보인다는 듯 그대로 멈춰 선 너
해를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정지된 이 곳
내 밤을 움켜쥔 네게 그림자를 맡겨
코 앞에 있던 네가 사라진 하루 이틀
없는 너는 계속 숨을 쉬어 보내오는데
고작 잠시 불어온 바람에 홀리고 있나
궁금한 그림자는 답할 길도 없이
꾹꾹 눌러 담아 발걸음 걸음에 펼쳐놓은
그림자
아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