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닿아 부산한 먼지가
끝맺지 못하고 제멋대로 남겨진
수많은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너와 나 사이를 부유하던
그 많고 많던 이야기를
빈 속에 들이부은 커피가
혀로 목으로 속으로 닿아선
한 때의 영원함을 불러 깨웠다
내 몸 속속들이 새겨져 있던
그 감각 속의 기억들을
어쩌면 나는 기다렸나
못 본 척 감쳐둔 수많은
문장들에 점찍을 순간
아마도 나는 기대했나
잡히지 않은 문단의 마지막
빈자리를 찾을 그 순간
이 문단의 끝이 오기를 간절하게
누구보다 간절하게
너보다 간절하게
아 사실은
그 때의 나보다 간절하게
마침내 내려 찍은 점 사이로
두 칸 내려진 하얀 바닥 위로
나는 또 어떤 너를 만나게 되나
너는 또 어떤 이야기를 데려오나
끝내고 싶지 않은 줄만 알았는데
나 끝의 점에서 비로소 시작을 만나
영영 끝일까 두려웠던 시절을 건너
나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너를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