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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Mar 20. 2022


햇빛에 닿아 부산한 먼지가

끝맺지 못하고 제멋대로 남겨진

수많은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너와 나 사이를 부유하던

그 많고 많던 이야기를


빈 속에 들이부은 커피가

혀로 목으로 속으로 닿아선

한 때의 영원함을 불러 깨웠다

내 몸 속속들이 새겨져 있던

그 감각 속의 기억들을


어쩌면 나는 기다렸나

못 본 척 감쳐둔 수많은

문장들에 점찍을 순간

아마도 나는 기대했나

잡히지 않은 문단의 마지막

빈자리를 찾을 그 순간


이 문단의 끝이 오기를 간절하게

누구보다 간절하게

너보다 간절하게

아 사실은

그 때의 나보다 간절하게


마침내 내려 찍은 점 사이로

두 칸 내려진 하얀 바닥 위로


나는 또 어떤 너를 만나게 되나

너는 또 어떤 이야기를 데려오나

끝내고 싶지 않은 줄만 알았는데

나 끝의 점에서 비로소 시작을 만나

영영 끝일까 두려웠던 시절을 건너

나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너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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