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에 실린 찰나의 향기가
같은 계절 어느 순간을 불러와
그 안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너와 나를 성큼 데리고 온다
쨍쨍한 해
그 대신 시원했던 바람
딱딱한 땅
그 대신 부드럽던 웃음
단단한 너
그 대신 말랑거리던 나
그 넓은 곳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하늘이 우리만 가둬놓은 듯
기분 좋은 착각에 설레던 찰나
처음으로 닿아본 감촉에
눈을 자꾸 깜빡였던 것 같고
늘 멀었던 얼굴의 미소가
근사해 수줍었던 것 같고
나란히 앉아 맡은 향기가
발을 둥실 떠오르게 했다
조금 멈췄으면 했던 찰나
숨을 좀 참아보면
이 순간이 느리게 흐를까
웃음을 좀 숨겨보면
신의 시샘을 덜 받을까
모르는 척해보면
더 내게 오지 않을까
하늘로 떠오르던 마음을
애써 끌어 앉혔던 찰나
새싹같이 어여쁘던 찰나에
햇살보다 눈부셨던 순간이
오래오래 계절에 남아서
나를 웃게 하고
살게도 하고
또 사랑하게 해
너를 잃어도 잊힐 리가 없을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