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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Apr 16. 2022

찰나


새싹에 실린 찰나의 향기가

같은 계절 어느 순간을 불러와

그 안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너와 나를 성큼 데리고 온다


쨍쨍한 해

그 대신 시원했던 바람

딱딱한 땅

그 대신 부드럽던 웃음

단단한 너

그 대신 말랑거리던 나

그 넓은 곳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하늘이 우리만 가둬놓은 듯

기분 좋은 착각에 설레던 찰나


처음으로 닿아본 감촉에

눈을 자꾸 깜빡였던 것 같고

늘 멀었던 얼굴의 미소가

근사해 수줍었던 것 같고

나란히 앉아 맡은 향기가

발을 둥실 떠오르게 했다


조금 멈췄으면 했던 찰나

숨을 좀 참아보면

이 순간이 느리게 흐를까

웃음을 좀 숨겨보면

신의 시샘을 덜 받을까

모르는 척해보면

더 내게 오지 않을까

하늘로 떠오르던 마음을

애써 끌어 앉혔던 찰나


새싹같이 어여쁘던 찰나에

햇살보다 눈부셨던 순간이

오래오래 계절에 남아서

나를 웃게 하고

살게도 하고

또 사랑하게 해


너를 잃어도 잊힐 리가 없을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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