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싶은 순간이 있어
이대로 달칵 얼렸다가
꺼내볼 수 있다면 싶은
아끼고 싶은 순간이 있어
닳지 못하게 감췄다가
오래 볼 수 있다면 하는
흐드러지게 휘어진 줄기 끝
하늘하늘 오렌지빛 양귀비
숨소리만 있어도 즐거운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수다
오래된 동네 끝 구석에서도
시끌벅적 우아한 에스프레소 바
시원하게 뚫린 낯선 도로 위
봄과 여름을 실은 바람의 향
그대로 얼려두고 싶다
멈춘 채로 담아두고 싶다
잔뜩 모아 두고 싶다
사랑이 부족한 순간에
마음이 마르는 시절에
고요가 고독한 시간에
달칵하고 얼려둔 조각 하나
꺼내서는
와작 하고 깨문 순간부터
밀려드는
슬슬 녹아내리는 동안 내내
모아놓은
내 사랑이 행복이 웃음이
그대로 다시 지금이 되는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