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곳
나도 그 누구의 말을 모르는 곳
나는 말을 듣고 할 줄 아는
귀머거리도 되었다가 또는
벙어리도 되었다가 또는
아무도가 아닌 이가 되어서는
구름이 검었다가 희어지는
해가 감췄다가 보여지는
지난한 하루를 흘려보내
그런 곳에서 곰곰이 속삭여
나는 누구의 마음속에 있었나
그런 내 맘에는 누가 있었나
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나가 영 되지 못한 채로
나는 시끄럽고도 소란하지 못하게
말하는 벙어리가 된 채로
느린 숨을 뱉어 내보내
그래서 나는
햇살이 불러주는 곳으로 떠나
바람이 밀어주는 곳으로 걸어
소금기 묻혀 실려온 꽃 향기에
내 귀도 입도 의미가 없이
눈만 코만 있어도 되겠다 하며
바람 부는 시간으로 걸으며
아무나에게 가만히 속삭여
그래서 나는
마음에 누구를 담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