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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Jun 01. 2022

아무도


누구도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곳

나도 그 누구의 말을 모르는 곳

나는 말을 듣고 할 줄 아는

귀머거리도 되었다가 또는

벙어리도 되었다가 또는

아무도가 아닌 이가 되어서는

구름이 검었다가 희어지는

해가 감췄다가 보여지는

지난한 하루를 흘려보내


그런 곳에서 곰곰이 속삭여

나는 누구의 마음속에 있었나

그런 내 맘에는 누가 있었나

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나가 영 되지 못한 채로

나는 시끄럽고도 소란하지 못하게

말하는 벙어리가 된 채로

느린 숨을 뱉어 내보내


그래서 나는

햇살이 불러주는 곳으로 떠나

바람이 밀어주는 곳으로 걸어

소금기 묻혀 실려온 꽃 향기에

내 귀도 입도 의미가 없이

눈만 코만 있어도 되겠다 하며

바람 부는 시간으로 걸으며

아무나에게 가만히 속삭여


그래서 나는

마음에 누구를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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