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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Jan 12. 2023

한 발자국


아주 먼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

참 어여쁘게도 빛났다

눈은 또렷했고

손은 가녀렸고

살결은 부드러웠으며

걸음은 가뿐했지

시린 새벽 틈새로 내린

한줄기 햇살처럼 말이야


아마 그때가 오면

한 발자국 떼게 되리라


아득한 그때에

떠올리게 될 것 같아

참 애쓰던 나날이었다

몸은 고되었고

맘은 상처 났고

눈물을 휘둘렀으며

하루는 길었지

봄볕을 아직 시기하는

추운 겨울밤처럼 말이야


아마 그때가 되면

툭 하고 웃음 짓게 되리라


마치 적당한 한 발자국

남은 그때에

가늘고 여린 날을 떠올리면


환희를 닮은 순간이여

사랑을 담은 인간이여

귓속에 담긴 심장 소리에

빛은 잔뜩 고여있더라


그리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떼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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